대세론 굳히기냐, 역전 발판이냐... 與 주자들 '중원 쟁탈전'

입력
2021.08.0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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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들이 '중원'인 충청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되는 전국순회 경선이 충청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유력 주자들은 첫 격전지에서 기선을 제압해 대세론을 굳히고, 추격 주자들은 유의미한 성적을 거둬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3일 충북 청주에서 비전선포식을 열고 "충청·대전·세종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충청 신(新)수도권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경부선과 함께 호남-충청-강원을 잇는 'X자형 강호축 고속철도망'을 구축하고, 국회·청와대·대법원·대검찰청 등 입법·사법·행정 거점을 모두 충청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캠프 관계자는 "충청권 순회경선이 시작되는 9월 초까지 한 달간 후보는 물론 의원, 조직 등 캠프 역량을 총동원해 충청 표밭 다지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내 주자 중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날 대전에서 첫 전국순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경기 이천-충주-경북 문경을 잇는 중부내륙철도 직통노선 개설,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경유 노선 등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또 "처가가 충주시 삼척면이기에 충북의 사위"라며 충청과의 인연을 부각했다. 캠프에는 '충청·호남 전략지역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지사를 뒤쫓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0일 충북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충청권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경유 노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은 수도를 서울과 세종으로 하는 '양경제(兩京制)'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대전형 뉴딜, 충청권 메가시티 육성 비전 등을 발표했고, 김두관 의원은 충청권 메가시티에 80조 원 이상 투자를 약속했다.

이들이 앞다퉈 중원을 공략하는 데는 충청 경선 결과가 향후 경선 레이스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다음 달 4일 대전·충남, 5일 세종·충북 경선에서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공개되는데, 이는 12일 발표되는 1차 선거인단 투표 합산(5~11일 투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이 지사가 충청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한다면 당내 친문재인 진영의 '반(反)이재명' 정서가 힘을 잃어 대세론이 부상할 수 있다. 반대로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가 선전하거나 이 지사를 앞설 경우 역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충청은 스윙보터 성격이 강한데 여기서 특정 후보에게 지지가 쏠리면, 본선 경쟁력을 중요시하는 호남 경선에서도 '몰표'가 나타날 수 있다"며 "군소 주자들도 충청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둬야 경선을 이어갈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