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세금 납부 기록 의회 제출 여부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조 바이든 행정부 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미 재무부에 이어 법무부도 ‘하원에 트럼프의 납세 기록을 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결정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터무니없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를 흠집 내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 40여 년간 대통령은 물론, 유력 대선 후보들도 자발적으로 납세 기록을 공개해 온 사실에 비춰 ‘트럼프 측이 뭔가 켕기는 구석을 감추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로널드 피셰티 변호사는 이날 “(법무부의) 해당 결정엔 어떤 잘못에 대한 증거가 없다. 트럼프뿐 아니라 미래의 모든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납세 기록 공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재무부가 ‘하원 세입위원회의 트럼프 전 대통령 납세 기록 제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법무부도 같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WSJ는 “트럼프 측의 이의 제기는 세입위에 그의 납세 기록이 건네지면 대중에도 공개될 걸 우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탈세 의혹을 꾸준히 받아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대선을 2개월 앞둔 지난해 9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년치 소득신고 자료를 토대로 그가 2016년과 2017년 연방소득세로 각각 750달러만 냈다고 보도했다. 2019년부터 하원 세입위는 ‘트럼프의 6년간 세금 신고서’를 요청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목적이 불분명하다’며 거절해 왔다. 그러다 바이든 정부 출범 6개월째인 지난달 30일, 법무부가 종전과는 달리 “하원 세입위의 국세 시스템 감독 역할을 감안할 때, 납세 정보에 접근할 특별권한이 있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에서 탈세는 연방법에 반하는 중범죄로 취급된다.
현 정부 들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파워는 여전히 막강하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는 6월 말 기준으로 그가 보유한 정치자금이 1억200만 달러(약 1,175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8,200만 달러(약 944억원)를 모금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공화당전국위원회(RNC)의 모금액 8,400만 달러에 근접한 수치다. 재선에 실패한 전직 대통령 한 명이 공화당 중앙당과 맞먹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WP는 “트럼프가 세 번째 대선에 도전할 경우, 정치적 자금력이 얼마나 풍부해질지 시사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대선 사기’ 주장으로 그가 금전적 이득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