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tory] [그곳이 알고 싶다] ‘IT알못’들도 전문가로…‘K-디지털 인재’의 사관학교, 서울기술교육센터

입력
2021.08.03 09:30

지난해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급격한 경기침체로 장기 실업자가 증가하고 구직을 단념하는 이른바 ‘취업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구직기간 4개월 이상의 장기실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월평균 4.9만 명이 늘었으며, 장기실업자의 구직단념 전환율은 무려 21.1%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실업 기간이 증가할수록 늘어나는 경력의 공백 등으로 취업 상태로 복귀하기 어려워지는 ‘이력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신규 취업 희망자는 포화상태인 기존 구직자와의 경쟁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김수진(31세)씨 역시 이런 과정을 겪었던 구직자 중 한 명이었다.

이전부터 작가 생활이 자신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 김씨는 작가 생활을 관두고 새로운 분야로의 이직을 시도했지만, 오랜 기간 취업문턱을 넘지 못해 의기소침하고 있었다.

김씨가 흥미를 느낀 분야는 다름 아닌 IT 개발. 전직인 작가와는 거리가 먼 분야였지만 김씨는 독학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공부했고, 이를 바탕으로 취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경험 없이 독학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으며, 특히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높았던 취업문이 더욱 높아진 탓에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이에 한참을 고민하던 김씨는 과거 수료생의 남긴 후기에 용기를 얻어 서울기술교육센터(이하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이후 센터의 피드백에 따라 ‘IOT SW개발 전문가’ 과정을 선택했고, IT개발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900여 시간의 교육과정을 묵묵히 수행했다.

그 결과 김씨는 고용노동부가 전국 직업훈련 기관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제12회 베스트 오브 챔프(Best of CHAMP)’ 경진대회에서 수료생 부문 대상을 수상할 만큼 숙련된 IT개발자가 되어 있었다.

또한 한국섬유협회에서 주관한 공모전에서 우수아이디어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김씨는 보안소프트웨어 회사인 ‘액스큐어넷’에 취업했고, IT개발자로의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 성장세의 비결로 김씨는 센터의 철저한 현장 중심의 교육 커리큘럼을 꼽았다. 당초 IT부문에 흥미를 지닌 것과는 별개로 IT개발은 전형적인 ‘문과’이자 방송작가였던 김씨에게 낯설고 서툰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씨는 오랜 기간 독학으로 공부했음에도 실수도 잦고 생각만큼 결과도 나오지 않자, “내가 이 길을 잘못 선택한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포기하려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김씨는 ‘이론파’가 아닌 ‘실전파’였다. 센터의 교육 커리큘럼은 복잡한 이론 교육이 아닌 프로젝트 중심의 실제 현장을 방불케하는 실전 교육이었고, 덕분에 김씨는 IT부문의 ‘생초보’에서 전문가로 빠르게 발돋움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K-디지털 인재’의 사관학교, ‘서울기술교육센터’

이런 김씨의 성공 뒤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서울기술교육센터가 있었다. 센터는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 일환에 맞춰 매년 600여 명의 K-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교육훈련기관이다.

센터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S/W개발 ▲IoT(사물인터넷)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위주의 8대 핵심분야의 훈련과정을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특히 타 개발원과 다르게 대졸자 이상만을 대상으로 한 NCS 5수준 이상의 전문적인 교육과정이 강점이며, 이를 위해 파트론, 슈어소프트테크, 나인플러스IT 등의 기업이 직접 교육과정에 참여해 현장실무에 가장 적합한 실무중심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프로젝트 기반 교육과정(PBL)으로 교육생들의 실무능력을 단기간에 향상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 최근 3년 간 무려 90%에 달하는 취업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센터는 교육 후반기부터 개인별 프로필을 제작해 협약기업 및 우수 취업기업에 발송하는 것으로, 기업에서 직접 교육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이들이 취업한 기업 중에는 LG이노텍, 효성ITX, 현대카드, 한전KPS, 현대제철, 한국중부발전 같은 대기업과 공기업 등도 다수 포함돼 예비 취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고용유지 측면에서도 두드러진다. 센터는 취업 후 3~6개월 후 재직 중인 수치를 의미하는 수료생의 고용유지율을 지난 2017년부터 90% 이상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 종료 후 3개월 시점에 교육담당자들은 수료생이 취업한 기업에 직접 방문한다. 이에 수료생과 기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애로사항 청취, 과정에 대한 개선점을 직접 파악하고 차기 과정 개발에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교육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

서울기술교육센터 최민아 능력개발처장은 “센터 수료생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센터의 교육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말”이라며 “그 말은 저희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줬지만, 동시에 더욱 교육의 질을 높이라는 따끔한 채찍질이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취준생 여러분에게 센터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며 “센터와 함께 코로나19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원하는 기업에 취업하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