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한 우물만 판 집념... '럭비공' 신재환의 준비된 성공

입력
2021.08.0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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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만 잘한다" 평가를 "도마는 내가 최고"로
허리 부상 위기도 '무조건 할 수 있다'로 버텨
양학선은 선배이자 스승... "형 덕분에 금메달"


'도마'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
한국 남자체조 국가대표 신재환. 도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한국 체조계에선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신재환(23·제천시청)을 럭비공 같은 선수라고 말한다. 끝없이 순수한 얼굴 뒤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을 숨겨두고 있기 때문이란다. 신재환을 가르친 지도자들이 '럭비공'을 '농구공'처럼 평범하게 튀게 만드느라 마음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 남다른 생각 덕에 신재환은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10년 넘게 도마라는 한 우물을 팠다. 그가 긴 부상 터널을 벗어나 화려한 날개를 펼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집념 때문이었다.

허리 부상도 '할 수 있다'며 극복... "대학서 만개, 대기만성형 선수"

신재환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거머쥐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신재환은 청주 율량초 5학년이던 12세에 체조를 시작했다. 도마 특유의 '비틀기' 동작을 많이 연습하다 보니 충북체고 시절 허리디스크 부상으로 운동을 포기할 뻔했다. 하지만 당시 은사였던 임정수 충북체고 코치가 신재환의 재활훈련에 온힘을 쏟아 한국체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신재환은 그때를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으며 "체조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에 힘들었다"며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신재환의 실력이 만개한 건 대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고교 시절에도 도마를 잘했지만 '미완의 대기'라는 평가가 대세였다. 나머지 5개 체조 종목(마루·철봉·평행봉·안마·링)에 약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늘 신재환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도마'만큼은 늘 독보적이었다. 한충식 대한체조협회 부회장은 "부양력이 뛰어나 유독 도마에서만큼은 신재환을 넘어서는 선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출발부터 착지까지 불과 4초 만에 끝나는 도마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순간적인 근력과 집중력이다. 눈 깜짝할 새 몇 년간 노력의 성과가 판가름 나는 만큼, 그는 늘 훈련에 매진했다. 대학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신체 조건이 좋아지고, 체력도 끌어올리며 메달 기대주로 성장,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체력왕'으로 소문이 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깜짝'이 아닌 준비된 금메달이었던 셈이다. 이번 금메달로 "다른 종목은 부족하다"는 비판도 "도마만큼은 신재환이 최고"라는 찬사로 바꿔놨다.

"양학선은 선배이자 스승... 형 덕분에 메달 땄어요"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신재환이 아닌 한국 체조 사상 최초의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학선만큼이나 신재환의 메달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언더독'이었다.

하지만 신재환은 자신 있었다. 체조인 사이에서는 신재환이 도마에 특화된 만큼 도쿄올림픽에서 '사고'를 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그가 한국 체조의 '비밀병기'라 불린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체조협회는 신재환을 양학선과 함께 경합시키며 월드컵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원했다.

고된 훈련과 고비 때마다 그를 견디게 해준 건 롤모델이자 선배였던 양학선의 존재였다. 신재환은 평소에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양학선을 꼽아왔다. 신재환은 금메달을 딴 뒤 "경기 전 (양)학선이 형이 '너를 믿고 잘하라'고 조언해줬는데,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었다"며 "학선이 형은 선배지만 스승 같은 존재"라고 공을 돌렸다.

신재환은 이어 "원래 우리들의 기준치가 70이었다면, 학선이 형이 그 기준을 95로 올려놔서 그것을 따라잡으려 후배들이 노력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실력이 올라간 것"이라며 "나중에 학선이 형을 만나 '형 덕분에 금메달을 땄다'고 말해야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양학선도 올림픽을 앞두고 후배 신재환에 대해 "지치지 않는 체력이 부럽다"며 "연습할 때 보면 10번을 뛰어도 힘들어하지 않는다"고 크게 칭찬했다.

한 부회장은 "도마는 '도움닫기'가 핵심인데 신재환은 스피드가 좋은 선수"라며 "(신)재환이는 양학선의 금메달 따는 장면을 보고 자란 '양학선 키즈'로 스타일도 '양학선과'"라고 평했다.

이승엽 기자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