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드디어 안산 선수 공격을 언급했다.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다”는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 논평을 두고 2일 라디오에서 “여성혐오적 관점이 없다”며 옹호했다. 전 세계의 비웃음을 산 온라인 공격에 대해 야당 대변인은 정당한 비판인 양 감싸고 당대표는 문제없다고 인증한 것이다. 입장 표명을 피해 온 이 대표가 이제야 답을 내놓았으나 그 답은 틀렸다. 정답은 “공당은 소수자·약자에 대한 혐오를 용납해선 안 된다”여야 했다.
□ 이 대표는 정답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를 당대표로 만든 것은 보수 혁신 염원이었으나 그 바람의 시작은 여혐과 반페미니즘을 부추겨 끌어모은 지지였다. 5월 그가 GS25를 향해 ‘(손가락 모양 포스터) 책임자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밝히라’며 페미니스트 사냥에 앞장선 것이 한 예다. ‘손가락=페미’ 공격도 ‘쇼트컷=페미’나 ‘웅앵웅=남혐’만큼이나 어이가 없다. 온라인에서나 공유되던 이 막무가내 주장을 공론장으로 끌어올려 기업과 공공기관이 줄줄이 사과했으니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
□ 그러므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이 대표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것은 정당하다. 그때 이 대표는 “정의당 일은 정의당이 해결하라”며 황당하게도 여자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비난과 혐오를 ‘남의 당 일’로 치부했다. 여혐에 단호하게 선을 그으면 지지 기반을 잃을까 우려되고, 대놓고 여혐에 가세하면 여성 표가 위태로우니, 모른 체했을 것이다. 2일 또 "인터넷 커뮤니티 논쟁을 정치로 비화"시킨다고 정의당을 비난했는데 이는 자신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 안 선수든 대선 주자 배우자든 그 누구든, 차별과 혐오를 바탕으로 한 공격과 조롱은 용납되지 않는다. 진영에 따라 선택적으로 또는 양비론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 민주 사회가 함께 싸워야 할 적이다. 대선 주자가 ‘국가를 위한 페미니즘’을 주장하거나 뜬금없이 여성가족부·여성단체를 탓하거나 입을 다물어서야 될 일인가.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인이라면 이 심각한 성차별과 혐오, 이를 갈등으로 치환하려는 허황된 시도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