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른다는데… 시장은 '변동금리'라는 리스크를 택했다, 왜?

입력
2021.08.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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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기 '고정금리' 유리하지만 
최근 들어 '변동금리' 선호 현상 심화
비싼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가 매력적
"변동금리 쏠림, 금융안정성 부담될 수도"

한국은행이 이르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차주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금리 인상기에는 고정금리가 유리한 대출 전략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차주들이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 7년 5개월 만에 최대치

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가계대출 중 (신규 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81.5%에 달했다. 2014년 1월(85.5%) 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대치다. 신규 대출이 아닌 가계대출 전체 잔액 기준(72.7%)도, 2014년 9월(72.8%)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동금리 선호 현상은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소비심리가 풀리고 물가 상승 우려가 본격화된 4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3%에 달하더니,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강력히 시사한 6월에는 81.5%까지 치솟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금리 인상이 예고된 시점에는 기준금리 인상폭에 따라 즉각적으로 증가하는 변동금리를 선택하기보다는 다소 비싸더라도 이자부담이 변동되지 않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미래 금리 인상보다 현재 추가 이자 납부가 더 무서워"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격차를 보면 알 수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변동금리(잔액기준 코픽스)는 연 2.5~4.1%인 반면에 고정금리(혼합형·5년 후 변동금리 적용)는 연 2.9~4.4%로 고정금리 하단이 0.4%포인트나 더 높다. 특정 은행만 놓고보면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차주 입장에서 보자면, 최대 0.75%까지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고정금리보다 현재 더 저렴한 이자를 내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주들이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리스크보다 현재의 추가 이자 부담 리스크를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기준금리가 적어도 두 번 이상 올라야 격차가 좁혀질 텐데 코로나19 4차 대유행 등 당분간 인상 가능성도 줄어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이자부담이 적더라도, 향후 실제로 금리가 인상될 경우 변동금리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도 합리적 선택일 수 있지만, 향후 이자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며 “변동금리 비중의 지나친 확대는 금융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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