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에 대한 일부 네티즌의 성차별적 공격이 정치권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애초 짧은 머리에 여대를 다니니 페미니스트라는 주장이나 안 선수가 SNS에서 남혐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메달을 박탈하라는 요구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의견들이다. 그런데 이를 비판해도 모자랄 국민의힘 대변인은 아무리 사적 의견이라지만 여혐 주장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준석 대표마저 "여성혐오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며 두둔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최근 페이스북에 "시작은 허구였지만 이후 안 선수가 남혐 단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를 사용했던 게 드러나면서 실재하는 갈등으로 변했다"며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이라고 썼다. 문제 용어를 사용했다면 비판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이 글은 안 선수에 대한 혐오적 비방을 이해할 만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만으로는 안 선수를 사회통념에 반하는 과격한 페미니스트로 단정할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몇몇 용어로 그를 남성 혐오자로 몰아가는 것은 비슷한 최근 사례에서 보듯 일부의 전형적인 집단 여성 혐오 행태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아도 20대 남성 표를 잡기 위해 젠더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굳이 대변인이 나서서 여성 혐오 세력을 감싸는 것처럼 비칠 발언을 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해외 망신까지 사고 있는 안 선수에 대한 몰지각한 공격은 물론이고 이 문제를 정치권으로 끌고 와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 모두 문제다. 우리 정치는 오랫동안 생산적인 정책 대결보다 이념과 지역 갈등이라는 프레임에 기생해 몸집을 키워왔다. 대선을 앞두고 이런 낡은 갈등은 극복도 못한 채 젠더 갈등이라는 또 다른 정략의 수단을 보태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눈앞의 표보다 양성 평등 같은 인권 문제 해결에 더 관심 갖는 정당들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