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울서진학교 설립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의 상영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 과거 학교 설립을 반대했던 주민이 영화가 자신을 등장시켜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학부모들은 법원에 신청 기각을 탄원하기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지난해 강서구에 문을 연 서울서진학교는 개교 과정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면서 무릎을 꿇은 일로 유명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1일 '학교 가는 길'을 배급하는 영화사 진진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상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영화는 올해 5월 개봉됐고, 현재는 상영관 상영은 마치고 단체 관람객을 상대로 대관 방식으로 상영되고 있다.
영화사 진진에 따르면 A씨 측은 "신청인(A씨)의 초상권과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크고, 직업 선택이나 사회활동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신청 이유를 밝혔다. 영화에 등장한 A씨의 발언에 대해서도 "사리 도모를 위한 님비(지역 이기주의) 현상에 편승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었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영화는 A씨가 2018년 열린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감과 주민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장면을 A씨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상태로 10초가량 내보낸다. 해당 대목에서 A씨는 "허준 테마 거리가 있고 허준 박물관이 있고 한의사 협회가 있고, 이런 곳에 (한방병원과 특수학교 설립 중) 어느 것이 효율성이 있느냐"라고 말한다. A씨는 2014년 강서구에 특수학교 설립 논의가 시작될 당시 결성된 '강서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해왔다.
영화사 측은 A씨 측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영화를 만든 김정인 감독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의 발언 장면은) 학교 설립을 효율성이나 경제성의 논리로 바라보는 사회적 단면을 보여주기 위해 필수적이었다"며 "영화는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이들을 무조건적 지역 이기주의자로 조명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 등은 전날부터 이번 가처분 신청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포하고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명 참여 인원은 1만8,000명을 넘어섰다. 김종옥 부모연대 이사는 "부모연대의 탄원서는 신청인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상영 금지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에 공감하는 여론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 가처분신청의 첫 심문기일은 이달 8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