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비판 마윈 흔적, 알리바바 연례보고서에서 모두 지웠다

입력
2021.08.0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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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2021 회계 보고서' 주주 명단에 
마윈 없어, 지난해는 주식 10억주(27조원)
창업주 마윈 관련 사진도 올해는 모두 빠져
지난해 당국 '정면 비판' 된서리에 자숙 행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에서 창업주 마윈의 흔적을 지웠다. 주주 명단에서 마윈의 이름은 사라졌고, 알리바바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에서도 마윈은 자취를 감췄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중국 금융당국을 공개 비판한 이후 대중 앞에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7월 공개한 ‘2020 회계연도 연례보고서’를 보면 마윈은 주식 10억4,380만 주(4.8%)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외에 소프트뱅크(24.9%), 이사회(7.4%), 차이충신 부회장(1.6%)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공개한 ‘2021 회계 보고서’ 주주 명단에 마윈의 이름은 없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주식을 처분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알리바바는 7월 22일 기준 주식보유 현황이라고 공시했을 뿐 마윈의 지분이 언제, 어떻게 변동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5,000억 달러)을 고려했을 때 마윈의 주식 가치는 240억 달러(약 27조6,192억 원)에 달한다. 반면 소프트뱅크(24.8%), 이사회(2.3%), 차이충신(1.4%)의 지분은 지난해와 엇비슷하다.



마윈의 알리바바 지분은 2019년 6.2%에서 2020년 4.8%로 떨어졌다. 2018년 9월 "1년 뒤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선언한 뒤 실제 행동에 옮긴 영향이 컸다. 당시 “마윈의 지분율이 5% 아래로 내려간 건 처음”이라며 재계와 언론이 주목했다. 이후 불과 1년 만에 대외 공개하는 주주 명단에서도 빠졌다. 이에 알리바바 측은 "마윈이 올해 이사를 맡지 않아 이름을 제외한 것"이라며 "규정상 그의 주식 보유비율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역사는 곧 마윈의 역사다. 지난해 연례 보고서는 기업의 가치를 설명하는 첫 페이지는 물론 1999년부터 20년간 기업이 성장한 역사를 소개하는 곳곳에 마윈의 과거 모습을 삽입했었다. 반면 올해 보고서에서 마윈의 사진은 단 한 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알리바바가 마윈과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전당포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당국의 보수적인 금융감독 정책을 정면 비판해 된서리를 맞았다. 열흘 만에 알리바바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의 상장이 전격 중단돼 340억 달러(약 39조 원)로 추산되던 세계 최대 규모 자금조달이 무산됐다. 당국은 그룹 경영진을 여러 차례 불러 질타하며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었다.

이때부터 마윈은 잠적하다시피 종적을 감춰 대중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자숙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국은 “알리바바가 생존하려면 마윈과 결별하라(월스트리트저널)”고 압박했다. 이에 마윈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지분을 처분해 자선활동에 쓰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매체 포브스는 최근 발표한 지난해 현금 기부액 기준 ‘중국 기부왕’ 순위에서 마윈과 알리바바가 32억 위안(약 5,678억 원)으로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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