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후계자로 불리는 케일럽 드레슬(25·미국)이 도쿄올림픽을 자신의 대관식으로 만들었다. 남자 자유형100·400m, 접영100m에 이어 1일 자유형 50m, 남자 혼계영 400m마저 우승하며 대회 첫 5관왕에 등극했다.
드레슬은 이날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자유형 50m 결승에서 21초07로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2위인 플로랑 마노두(31·프랑스)를 0.48초 차로 누른 압도적인 기록이며 2008 베이징 대회에서 세사르 시엘루(34·브라질)가 세운 당시 올림픽 기록(21초30)을 0.23초 줄인 것이다.
드레슬은 이어 대회 경영 종목 마지막 경기인 남자 혼계영 400m 결승에 미국 대표팀의 세 번째 영자로 나서, 3분26초78의 세계신기록을 이끌며 금메달을 따냈다. 미국팀 기록은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역시 미국팀이 세운 종전 세계 기록(3분27초28)을 12년 만에 0.50초나 단축한 성과다.
드레슬은 이날 금메달 2개를 추가하며 도쿄 무대에서 첫 5관왕이 됐다. 그는 황선우와 맞붙은 자유형 100m와 자유형 400m, 접영 1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에서 남자 자유형 100m와 접영 100m를 모두 제패한 선수는 1972년 뮌헨 대회에서의 마크 스피츠(미국) 이후 처음이다.
남자 접영 100m 결승 기록(49초45)은 자신이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만든 종전 최고 세계신기록(49초50)을 2년 만에 0.05초 앞당긴 새로운 세계 기록이다.
드레슬이 이번 대회에서 출전한 경기 가운데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종목은 혼성 400m 혼계영이다. 마지막 영자로 나섰지만, 앞선 동료들이 크게 뒤처지면서 대세를 뒤집지 못하고 5위에 그쳤다.
4세 때 수영을 시작한 드레슬은 첫 올림픽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펠프스(올림픽 금메달 23개ㆍ은메달 3개ㆍ동메달 2개)와 함께한 혼계영 400m·자유형 400m 계주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당시 20세에 불과해 리우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 펠프스를 잇는 새 수영 스타로 주목받았다. 이후 실제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7관왕,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대회 6관왕에 오르며 펠프스가 떠난 수영 황제 자리를 이끌었다.
드레슬은 펠프스처럼 돌핀킥으로 추진력을 얻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 팔을 앞으로 모아 뻗은 잠영 상태에서 두 다리를 붙여 위아래로 6번 차는 돌핀킥으로 15m를 진행하는데, 이는 일반 선수들이 8∼9번으로 가는 거리다.
드레슬은 멘털 관리도 펠프스처럼 중시한다. 레이스 전 감명 깊게 읽은 성경 구절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하고, 몸에 집중·용기(독수리), 수호 동물(곰), 성조기, 오륜 등을 문신으로 새기며 목표를 되새기기도 한다. 2017년부터 세상을 떠난 은사 클레어 매쿨이 남긴 스카프를 국제 대회 때마다 갖고 다니는 것도 일종의 멘털 관리다. 고교 때 수영을 중단할 정도로 방황한 자신을 다잡아준 매쿨이 항시 함께하며 힘을 준다는 의미에서다. 이번 대회에도 왼 손목에 이 스카프를 차고 시상대에 올랐다.
드레슬은 그러나 수영 황제 펠프스와의 비교는 거부한다. 그는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를 비교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제임스 경기를 보면서 조던보다 잘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며 “펠프스 기록보다는 내 자신과 승부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주의 엠마 매키언(27)은 이날 금메달 2개를 추가하며 여자 선수로는 대회 첫 4관왕에 올랐다. 매키언은 여자 자유형 50m 결승에서 23초81의 대회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여자 혼계영 400m 결승에선 호주 대표팀의 세 번째 영자로 나서 3분51초60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앞서 계영 400m와 자유형 100m에서도 금메달을 딴 매키언은 이날 금메달 2개를 보태 이번 대회에서 여자 선수로는 첫 4관왕에 올랐다. 그는 접영 100m와 계영 800m, 혼성 혼계영 400m에서도 동메달을 따, 이번 대회 참가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7개의 메달을 품에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