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주범인 화석 연료 퇴출을 위해 태양광 발전을 늘리는 건 세계적 추세다. 그런데 해당 발전 설비ㆍ부품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대거 배출된다면 과연 ‘환경친화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태양광 발전 패널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석탄 연료가 쓰이는’ 중국산(産)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처한 ‘친환경의 딜레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서방 국가들이 수입하는 중국산 폴리실리콘은 막대한 석탄 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태양광 발전 비중이 커질수록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요가 늘어나고, 결국 석탄 에너지 의존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 공급된 폴리실리콘 중 80%는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중국 업체들은 저렴한 석탄 에너지 덕분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했고, 글로벌 공급망을 제패했다. 중국 정부도 신장위구르 지역과 내몽골 등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해 기업들을 지원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매킨지’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미국에서 태양광 발전 용량은 48% 늘었고 유럽에선 34% 증가했다. 어쩌면 ‘태양광 산업이 세계 최대의 오염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펑치 유 미 코넬대 에너지시스템공학 교수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은 유럽산보다 이산화탄소를 두 배 이상 배출한다”며 “노르웨이와 프랑스처럼 화석 에너지 비중이 낮은 나라에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도 탄소배출 감축 효과가 거의 없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태양광 발전을 포기해야 할까. 일부 과학자들은 태양광 패널의 수명이 30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장기적으론 환경보호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태양광이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일정 시점에 도달하면 설비 제조 과정에서의 이산화탄소 배출 부작용을 충분히 상쇄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태양광 산업 청정화’를 위해 각국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 기업들의 저탄소 태양광 패널 구매를 독려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고, 프랑스는 이미 태양광 패널의 탄소 함유량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이와 유사한 정책을 회원국 27곳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각종 규제로 태양광 패널 가격이 오르면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값싼 중국산 패널 덕분에 태양광 발전 비용이 석탄 발전 비용보다 덜 들게 됐고, 광범위한 보급도 가능해졌다는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기 어렵다. 서구 최대의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독일 바커케미칼이 지출하는 전력 요금은 중국 업체들의 4배 이상이다. 로비 앤드루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석탄을 손쉽게 쓸 수 없었다면, 태양광 발전 비용은 지금처럼 싸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도 힘들다. 중국 태양광 업체 진코솔라는 미 플로리다주에 태양광 패널 조립 공장을 두고 있는데도, 원자재(폴리실리콘, 웨이퍼)는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에넬도 시칠리아의 태양광 패널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지만, 원자재는 중국산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태양광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줄긴커녕,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