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큰 판에서 터진 '와일드카드 리스크'

입력
2021.08.0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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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호 멕시코에 3-6 완패, 4강 좌절
개최국 일본은 뉴질랜드 꺾고 4강 안착

큰 판에서의 정면승부는 결국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에서 갈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29)과 황의조(29), 조현우(30)를 뽑아 금메달을 따냈던 김학범 감독은 2020 도쿄올림픽에선 황의조(29)를 다시 발탁하고 권창훈(27)과 박지수(27)를 새로 뽑았는데, 공교롭게 단판 승부로 치러진 8강전에서 한국보다 상대팀 멕시코의 와일드카드 3인방 활약이 도드라지면서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로 도쿄올림픽 무대를 향한 김학범호의 질주가 8강에서 멈췄다. 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지난 31일 일본 요코하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3-6으로 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한 이동경(24)이 두 골, 황의조가 한 골을 넣었지만, 단 한 번의 리드도 잡지 못한 채 전·후반 각각 3골씩 헌납하며 완패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 이은 두 대회 연속 8강에서의 좌절이다.

결정적인 순간 힘을 내주며 역대 올림픽 남자 축구 성패를 갈랐던 와일드카드 활약에서 이번엔 멕시코가 우리보다 월등히 강했다. 한국 공격진은 상대 와일드카드 기예르모 오초아(36) 골키퍼에 막혀 고전했고, 수비진과 골키퍼들은 상대 와일드카드 공격진 루이스 로모(26)와 헨리 마르틴(29)에 뻥 뚫렸다. 한국의 결정적 기회를 막아내고, 추격 좀 할만 하면 더 때려 넣은 멕시코 와일드카드의 완승이었다.

특히 멕시코 골키퍼 오초아와 한국 송범근(24)의 기량 차이가 도드라졌다. 토너먼트에서 ‘골키퍼의 힘’은 절대적인데, 2006 독일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4차례나 월드컵을 경험하며 A매치 114경기를 뛴 베테랑 골키퍼 오초아는 분위기가 한국 쪽으로 넘어올 법할 때마다 황의조, 이동경, 이동준(24), 후반 교체 투입된 이강인(20) 등이 쏟아낸 슈팅을 멋지게 막아냈다.


특히 전반 40분쯤 이동준과 단독으로 맞선 상황에서 슈팅을 막아낸 장면은 경기 분위기를 좌우한 결정적 선방이었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필드 플레이어들 활약도 대단했다. 한국 수비 라인을 수시로 허물었던 로모는 1골 1도움을 올렸고, 골잡이 헨리 마르틴은 두 골을 터뜨렸다. 와일드카드 2명이 4골에 관여했다는 얘기다.

이번 대표팀은 개막 전부터 와일드카드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당초 수비수로는 김민재(25)를 발탁했지만, 소속팀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체 자원으로 다른 수비수 대신 조현우나 김승규(30) 등 베테랑 골키퍼 발탁이 더 낫다는 의견도 많았으나, 대표팀이 일본으로 출국하기 직전 박지수가 대체 선수로 합류했다. 손흥민(29) 차출도 논의됐으나, 김 감독은 선수 보호를 이유로 고심 끝에 권창훈을 불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독은 4강 진출이 좌절된 뒤 기자회견에서 “6골 실점이 저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하면서 “제가 대비를 철저히 했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3명의 와일드카드 싸움에서 멕시코에 완패한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멕시코의 (와일드카드)3인방은 좋은 선수”라면서 “우리도 거기에 대응하는 선수들로 맞불을 놨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와일드카드도 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시작된 일본과 뉴질랜드의 9강전에선 양팀이 정규 90분과 연장전까지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 돌입, 뉴질랜드 키커 2명이 성공할 때 일본은 4명이 성공해 승자가 갈렸다. 일본은 코트디부아르를 5-2로 꺾고 4강에 안착한 스페인과 3일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한국 대표팀은 2일 귀국한다.

요코하마=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