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쏟아진 로힝야 난민촌… 열악한 환경에 위험 고스란히 노출

입력
2021.07.31 16:05
난민 최소 6명 사망, 2만여명 직접 피해
코로나19에 더해 수인성 질병에도 노출

온난화에 따른 가뭄과 폭염 등 지구촌에 불어 닥친 이상 기후는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에게 더 가혹했다. 열악한 환경에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탓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닷새째 이어진 폭우로 미얀마 군부의 ‘인종청소’를 피해 온 로힝야족 난민 6명이 숨지고 2만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더해 각종 질병 위험도 도사리고 있어 위기의 최전선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31일 외신에 따르면 로힝야족 난민촌이 자리 잡은 방글라데시 남부 콕스바자르 지역에 연일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로 2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최소 6명이 난민으로 확인됐다. 수십 명이 실종됐고 30만6,000명은 발이 묶였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번 폭우로 가옥 4,000여채가 훼손되거나 무너졌고, 난민 2만1,000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2017년 미얀마 군부가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 집단 학살을 자행하자, 75만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은 고향을 떠나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이들이 국경 인근 콕스바자르에 정착하면서 대규모 난민촌이 만들어졌다. 현재 이곳엔 난민 100만여명이 살고 있다.

이들이 거주하는 임시 가옥은 민둥산 꼭대기부터 비탈을 거쳐 저지대까지 빽빽하게 들어서있다. 대나무와 비닐 등으로 엉성하게 지어져 폭우나 산사태, 화재 등 재난상황에 취약하다. 저지대의 경우 폭우가 내리면 고스란히 물에 잠기기도 한다. 통상 8월은 방글라데시의 몬순(우기) 계절이지만, 올해는 과거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외신들의 설명이다. 미국 NBC방송은 “하루 만에 11.8인치(약 300㎜)의 비가 쏟아졌다”며 “이는 7월 전체 강우량의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 난민촌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악몽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며 “지난 4년 동안 캠프에서 이런 홍수를 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홍수 피해가 커지자 지방 당국은 3만6,000명의 로힝야 난민을 학교 등에 마련된 대피 시설로 이동시켰다.

난민촌 상황은 좀체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게 구호단체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일단 폭우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취약한 위생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협소한 공간에 밀집해서 살다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됐는데, 홍수로 간이 화장실이 넘치면서 물리적 피해에 더해 콜레라 같은 수인성 질병 유행 위험도 커지고 있다. 국제구호단체 노르웨이난민위원회(NRC)의 임룰 이슬람 방글라데시 매니저는 프랑스24에 “난민촌은 코로나19에 생명을 위협하는 폭우와 산사태 등으로 그야말로 ‘황폐화’됐다”고 설명했다. 킨 마웅 로힝야청년회 회장은 “폭우가 계속된다면 캠프 난민 절반이 위기에 놓일 것”이라며 “주민들은 악천우가 재앙이 될까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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