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갓을 쓴 병사들이 길가에 도열해 있는 것 같았어요.”
지난 주말 충북 단양으로 나들이를 다녀온 이지선(56·청주시 상당구)씨는 단양읍에서 마주한 가로수 풍경의 느낌을 이같이 전했다. 이 가로수는 단양군이 수년간 공 들여 다듬어놓은 복자기 나무. 이씨는 “독특한 도심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이제 단양 하면 버섯 모양 가로수가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다”고 했다.
충북도내 자치단체들이 이색 가로수 길을 조성해 관광객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이색 가로수가 칙칙한 회색 도심을 산뜻한 풍경화로 바꿔 놓았다는 찬사도 이어진다.
1일 충북도와 해당 시군에 따르면 단양군의 복자기 가로수길은 단양읍 2㎞, 매포읍 3㎞ 구간에 조성됐다. 총 800여 그루에 달하는 가로수는 둥근 버섯 모양을 하고 있다.
단양군은 기존 버짐나무 가로수가 간판을 가리고 꽃가루로 인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일자, 1998년부터 복자기로 가로수를 교체했다. 나무가 성장하자 단양군은 해마다 버섯 모양으로 가지치기를 해 지금의 모양을 만들었다.
복자기는 단풍나무과에 속한다. 여름까지 녹색을 띠다가 가을에는 붉고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어 방문객 눈을 즐겁게 한다.
단양군 관계자는 “독특한 모양과 색감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가로수 길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며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고 자랑했다.
단양군은 지역 명물로 뜬 복자기 가로수를 애지중지하고 있다. 최근 폭염으로 일부 나무에서 시들음 기미가 보이자 군청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 영양수액과 수분 공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충주시는 도심 내 주요 도로 8곳의 은행나무 가로수 2,000여 그루를 둥근 뭉게구름 모양으로 만들었다. 2019년 시작한 가로수 정비 사업은 매년 6월에 은행나무 윗부분을 둥글게 가지치기해 7월이면 구름 모양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충주시 관계자는 “가로수가 간판을 가린다는 상인들 불만이 잇따라 가로수도 살리고 민원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구름 모양을 생각해냈다”며 “독특한 모양과 푸르름으로 도심 풍경이 산뜻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충주시는 구름 모양 가로수 만들기에 연간 2억원 가량의 예산이 들지만, 시민 반응이 좋아 가지치기를 지속해나갈 참이다.
감 주산지인 충북 영동군에서는 일찌감치 감나무 가로수길을 조성해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동군은 1970년대부터 감나무를 가로수로 심기 시작했다. 감나무 가로수길은 영동읍내 도심에서 주요 국도와 지방도까지 구석구석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현재 150여㎞ 구간에 2만 그루가 심어져 있다.
이곳 감나무는 되도록 늦게 수확한다. 영동을 찾은 관광객들이 최대한 오랫동안 감나무 풍경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민들도 평소 집 주변 가로수를 돌보고, 무단채취 단속반을 편성해 감나무를 지킬 정도로 애착이 강하다.
영동군은 조례까지 만들어 감 가로수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직영 양묘장에서 감나무 묘목을 직접 기르고, 수세가 약해진 나무는 즉시 교체하는 등 세심한 정성을 쏟고 있다.
김연준 충북도 환경산림국장은 “고장의 특색을 살린 가로수길이 지역 홍보와 관광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탄소 흡수원이자 푸른 도심 풍경을 살리는 가로수 길 조성 사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