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남북 통신연결선 복원의 후속조치로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 신청 2건을 승인했다. 지난해 9월 북한군의 총격으로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사망한 지 10개월 만에 남북협력 창구가 조심스럽게 재개된 셈이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북측과의 인도적 협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국내 비판 여론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과 관련해 "정말 천금과도 같은 남북 소통의 통로이고, 평화의 소중한 불씨"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잠정 보류됐던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 승인을 오늘부터 재개할 생각이다. 남북 민간 교류 협력 재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승인은 최근 북중 해로 교류 재개 정황과 북한의 열악한 보건·영양 상황, 민간단체의 꾸준한 요구 등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통일부에 접수된 국내 민간단체의 인도협력 물자 반출 신청은 20여 건이다. 의료용 장갑, 수술용 마스크 등 의료용품과 영유아 영양식 등을 위주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인도주의 협력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개입시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코로나19 백신 협력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우리 국민의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된 후에 대북 백신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백신 협력과 관련해 "의제 목록에는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부 안에서 이를 검토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 장관이 화상회담 시스템 구축 협의를 북측에 제의한 것과 관련해서는 "북측이 우리측 통지문 접수 뒤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측과 대화채널이 안정화하면 북측과 논의할 의제들을 상호 교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남북관계 변수로 거론되는 8월 한미연합군사연습에 대해선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상황에 많은 비중을 두면서 훈련 문제를 판단해야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정부의 기대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북한이 교류 확대에 적극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본격적인 남북 교류 재개를 위해선 서해 피격 사건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국내 여론도 적지 않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적잖은 지원물품들이 북중 국경에 대기 중이지만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지원이 북한에 필요한 필수물품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북한의 수용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