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 강행군 돌입한 이재명, '적진' 공략 나선 이낙연

입력
2021.07.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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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30일 '바닥민심 훑기'에 나섰다. 이 지사는 이날부터 나흘간 전국을 U자로 순회하는 강행군에 돌입했다. 그 사이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홈그라운드인 경기도 공략에 나섰다. 양측은 상대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방 속에서도 전방위적인 지역 민심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TK 시작으로 첫 전국 순회

이 지사는 이날 대구 달서구 '2·28 민주 의거 기념탑' 참배로 전국 순회 일정을 시작했다. 이 탑은 1960년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항거한 학생운동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첫 일정으로 찾은 장소이기도 하다. 이 지사는 "대구·경북(TK)이 한때 수혜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내 진영이란 이유로 전폭적 지지를 보낸 결과는 지방불균형 피해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대구 중구 전태일 열사의 생가를 찾아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소년공 이재명'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 지사는 대구·경북 일정을 마친 뒤 31일 부산·경남(PK)→다음 달 1일 전북·충남→2일 대전·충북을 차례로 방문한다. '진보의 심장'인 광주·전남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살뜰히 챙기고 있다.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전국 순회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현직 도지사라는 제약으로 공식 도정 활동 외에 지방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본경선 돌입 이후 이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원 포인트 휴가'와 주말을 활용해 이동거리만 1,200㎞에 달하는 강행군에 나선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전국적인 접촉면을 강화하며 본선 승리 후보는 이 지사라는 점을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재명 비운 사이… 이낙연 "경기북도 추진"

예비경선 이후 충청·강원·호남·영남 등을 두루 훑었던 이 전 대표는 이날 적진인 경기도를 찾았다. 공교롭게 이 지사가 경기도를 비운 사이 수도권 민심을 다진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의정부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경기도 내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부를 떼어내 '경기북도'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북부와 강원을 잇는 북부권 평화경제벨트 전략이 추진되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말까지 경기도 구석구석을 방문해 지역 민심을 파고들겠다는 방침이다.

'소 잡는 칼, 닭 잡는 칼' 논쟁도

양측 간 신경전은 계속됐다. 이 전 대표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닭 잡는 칼과 소 잡는 칼은 다르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이 지사 측이 "스펙 좋은 무능한 사람을 뽑을 것이냐, 실적으로 증명된 역량 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냐"라며 이 전 대표의 역량을 지적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전 대표 자신을 '소 잡는 칼', 이 지사를 '닭 잡는 칼'에 빗대면서 본인이 보다 역량 있는 후보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이에 "이 전 대표는 국무총리, 당 대표를 지내 중앙 정치에서 잘나갔고, 이 지사는 성남시장, 경기지사로 변방에서 못 나갔다는 것이냐며 "소 잡는 칼을 갖고 있으면 뭐하냐, 닭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라며 꼬집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