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이라니 부럽다. 남자친구 어디서 만난 거야?”
“소개팅 앱에서.”
남자친구와 1주년을 맞이한 친구에게 축하를 건넸다. 알콩달콩 예쁘게 연애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나도 연애하고 싶은데 코로나 이후로 재택근무에 모임 인원 제한에 사람 만날 기회가 없다 보니 도무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할 곳이 없었다. 지인 소개팅을 몇 번 하긴 했으나 호감으로 발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나 빼고 다들 어디서 그렇게들 잘 만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친구에게 너는 남자친구를 어디서 만냤느냐고 물었더니 소개팅 앱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개팅 앱? 그거 위험한 사람들 많은 거 아닌가? 예전에 안 좋은 기사를 봤었던 기억이 있는데. 친구는 웃으며 이상한 사람도 있겠지만 요새는 괜찮은 사람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지인 소개팅이 한계가 있어 시작했는데 좋은 사람을 만나 잘 사귀고 있다고 했다.
관심이 생겨 더 찾아보니 최근에 소개팅 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기나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사람이 교류할 기회가 적어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데 남녀 8:2였던 성비도 5:5로 거의 맞춰지고 있다고 한다. 앱이 그렇게 잘된다니, 싱글이자 앱 기획자로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앱은 무료라는 인식이 많아서 사용자가 많더라도 수익화하기가 쉽지 않은데 소개팅 앱은 과금이 쉬워서 수익이 좋다는 이야기도 생각났다. 내친김에 나도 사용해보기로 했다.
며칠 간의 사용 소감은 이게 참 게임 같다는 것이었다. 경제력을 보여주는 전문직, 고액 아파트 등 여러 개의 배지와 한껏 보정된 매력적인 사진을 무기로 참가자들은 이성을 쟁취하기 위해서 경쟁한다. 사람들이 내 프로필을 평가한 점수는 ‘상위 N%’라는 수치로 변환되어 앱 내에서 나의 위치를 보여준다. 점수가 올라가면 기분이 좋다가 내려가면 조금 상하며 더 잘 나온 사진으로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수십 개의 프로필이 소개되었고, 그중에 열댓 개는 먼저 호감 표시가 왔다. 그걸 보고 나도 호감을 표시하면 서로의 전화번호가 공개되고 만날 약속을 잡았다. 얼마 전까지 사람 어디서 만나냐고 고민했던 게 무색하게 공급이 거의 무제한으로 늘어났다. 재밌기도 했고 중독성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며칠 뒤 계정을 비활성화하고 앱을 지웠다. 소개팅 앱은 분명히 장점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인간 대 인간의 교류가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타인을 만날 창구가 있다는 것만으로 소중한 기회였다. 하지만 앱을 사용하다보니 인간관계가 너무 가벼워지고 물질적인 기준으로 재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공급이 넘치다보니 이 중에서 몇 명 연락하다가 고르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한정된 시간에 다 만날 수 없으니 누가 더 나을까 상대방의 사진과 직업을 보며 저울질하게 되었다.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가도 더 조건이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 취소하고 싶었다.
이렇게 변하는 내 모습이 별로 좋지 않았다. 걱정이 된다. 서로를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기회가 계속해서 제한되었을 때 우리의 연애와 인간관계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천천히 알아가고 내면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코로나가 진정되고 거리 두기가 어서 끝나기를 다시 한번 바라며 앱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