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기간에는 사람들의 시선에 보이지 않게 숨어 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폭염·태풍과 같은 날씨 문제에, 운영 미숙 논란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 2020 도쿄올림픽에 또 다른 '숨겨진 문제'가 있다. 바로 수백 명의 도쿄 노숙인들의 문제다. 일본 정부가 깨끗한 도쿄를 세계에 보여주려고 노숙인들에게 아예 "숨으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일본 정부가 올림픽 선수단과 외신에 청결한 도쿄 도심 환경을 보여주기 위해 노숙인들을 거리에서 몰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숙인들이 주로 지내는 도쿄의 크고 작은 공원들의 문을 굳게 닫은 것도 모자라 이들이 잠을 잘 수 없도록 밤에는 환한 조명을 켰다. 각 지하철역 인근 텐트들은 철거됐고, 경기장 주변에는 커다란 철조망을 둘러서 노숙인들의 접근도 막았다. 심지어 몇몇 당국 관계자들은 노숙자들에게 "올림픽 기간 동안만이라도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게) 숨어 달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숙인과 홈리스 지원단체들은 정부의 노숙인 정책이 "비인권적이고 불공정하다"고 크게 반발했지만 정부에 맞설 다른 방도는 없었다. 도쿄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2013년부터 시작된 이런 강압적 정책은 사실상 성공적으로 이행됐다. 현재 올림픽 경기장 인근에서 '홈리스'는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쫓겨난 노숙인들은 여전히 거리 곳곳을 헤매고 있다. 일본 사회학자인 기무라 마사토는 "깨끗한 도시환경을 위해 일본 정부는 사회 최약체인 노숙자들을 도쿄에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올해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도쿄도의 노숙인은 862명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근거로 노숙인 강제 퇴거·이주를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들을 쉼터로 이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해명을 덧붙였다. 문제는 해당 쉼터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이들을 수용하다 보니 코로나19 감염에도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BC는 "노숙인들 대부분이 고령에 백신 미접종자"라며 "이들은 쉼터보다 길가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