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건대 옵티머스 투자, 교육부 허가받았어야”… 검찰 ‘무혐의 처분’ 뒤집힐까

입력
2021.08.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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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징계 불복' 패소 판결문 보니]
재판부 "임대보증금 기본재산 아니다" 불구
"예금 아닌 손실 위험 투자 땐 사전 허가 필요"
사립학교법 '의무부담' 조항 들어 법리 제시 
'검찰 무혐의 처분' 항고에 영향 줄지 주목

법원이 학교 재산 120억 원을 동원한 건국대의 옵티머스 사모펀드 투자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해당 건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과 다른 판단을 내놨다. 현재 교육부와 건국대는 옵티머스 펀드 투자의 불법성 여부를 두고 법원과 검찰에서 다투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검찰항고를 포함한 분쟁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기본재산 아니더라도 투자 땐 허가받아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지난달 23일 건국대 학교법인이 교육부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교육부는 건국대 수익사업체 '더클래식500'이 학교법인 소유 부동산의 임대보증금 120억 원을 사전 허가 없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며 지난해 11월 학교법인에 관련 임원 문책을 요구하고 유자은 이사장 해임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법원 판결은 앞서 건국대가 교육부에 '승리'를 거둔 검찰의 결론과 정반대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유 이사장과 최종문 전 더클래식500 대표를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했고,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 역시 이들을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은 올해 5월 "임대보증금은 사립학교법이 정한 '기본재산'이 아니므로, 임대보증금 투자는 교육부 허가나 이사회 승인 대상이 아니다"라며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노조는 이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법원의 논리는 곳곳에서 검찰과 배치된다. 1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임대보증금이 부동산과 달리 학교 기본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임대보증금을 펀드 투자에 쓰려면 교육부 허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행여 원금이 손실돼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해당 부동산이 경매에 부쳐져 기본재산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학교법인이 기본재산에 대해 의무를 부담하려는 경우 관할청(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립학교법 28조 1항을 이런 법리의 근거로 삼았다. 기본재산을 감소시킬 수 있는 행위는 해당 조항이 규정한 '의무 부담 행위'라는 것이다. 그간 건국대와 교육부의 핵심 쟁점은 임대보증금이 기본재산에 해당하느냐였는데, 법원은 이에 대해 건국대와 검찰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건국대에 또 다른 책임을 묻는 논리를 제시한 셈이다.

법원, 검찰과 여러 면에서 다른 판단

재판부는 건국대가 투자 결정 과정에서 손실 위험을 제대로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도 검찰과 다르게 판단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유 이사장과 최 전 대표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판단해 투자가 이뤄진 것"이라는 학교 주장을 받아들였다.

반면 법원은 "교육부는 학교법인에 임대보증금은 정기예금 등에 예치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금융상품 매입 자체가 건전하지 않은 자금 운영"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으로 원금을 되찾은 만큼 투자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건국대 주장에는 "원금 보전은 손실이 확정된 이후 이뤄진 조치"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건국대가 2017년에도 감사원으로부터 임대보증금 393억 원을 임의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보전 조치를 이행 중인 점을 지적하면서, "학교가 감사 결과에 따라 임대보증금 관리 절차를 재정비했다면 이번 펀드 매입과 같은 투자가 이뤄지긴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서울동부지검은 393억 원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사건을 송부받아 지난 6월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검찰 항고에 영향 미칠까

건국대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이 '임대보증금은 기본재산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인정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가 해당 펀드 투자가 부적절하다면서 건국대를 징계한 교육부의 손을 들어준 데다가, 판결 과정에서 새로운 법리까지 내세워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대비되는 판단을 제시한 터라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의 주선으로 건국대 전임 이사장과 현직 검사가 지난해 골프 회동을 가진 일이 최근 드러났고, 이 만남이 '건국대 옵티머스 투자' 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터라 사안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서울고검이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가 제기한 항고를 검토하면서 이번 판결을 감안할지가 주목된다. 특히 노조 측은 이달 중순 법원과 유사한 논리로 "임대보증금 사용은 사립학교법상 의무 부담 행위에 해당한다"는 의견서를 추가로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건국대 측은 "사립학교법상 의무 부담 행위는 매우 포괄적인 측면이 있고, 해당 조항을 고의로 무시하고 투자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정원 기자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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