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력 1.7배 강한 델타 바이러스, 방역 패러다임 바꿔야"

입력
2021.07.30 11:30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기존 조치로 성공 어려워...동력 유지가 관건"
"코로나19와 공존 말하기 일러...장기 목표"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4차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기존 방역 조치로는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어 방역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2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거리두기로 피로감이 커지고 국민들의 인내심이 점점 더 떨어져 개별 조치의 강도가 높냐, 낮냐를 보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어떻게 사회적인 동력을 유지해 나가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4차 대유행이 이전 유행과 가장 큰 차이는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 능력이 1. 7배 정도인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이라며 "직장이나 사회생활 이외에 사적인 제한이 주로 이뤄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는 차단하기 어려워 현 유행 추세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4단계가 적용된 지 3주 정도 된 지금 상황이 가장 큰 효과를 보이고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유행 규모를 감소세로 돌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세 번의 대유행을 통해 알고 있는 조치를 시행해도 확산세를 감소시키는 방향보다는 유지되거나 더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정 교수는 "거리두기가 위험성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신호"라며 혼선을 빚은 정부의 메시지가 방역 동력에 악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방역 완화 신호들을 내왔던 정부가 7월 접어들고 나서는 거리두기를 올려야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단기적으로 혼선이 있는 신호가 나가게 되면 국민들이 피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역 선방 한국 코로나 면역 2%...미국 영국 국민 3분의 1 면역"

정 교수는 영국 이스라엘 싱가포르처럼 코로나19와 공존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봤다.

그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분들이 15%가 안 되고, 지금까지 방역이 매우 잘 돼 감염으로 면역을 획득한 비율도 매우 낮다"며 "외국 연구를 보면 유럽 영국 미국 같은 경우 전 국민의 3분의 1 정도가 감염돼 면역을 획득했지만, 우리나라는 2% 정도밖에 안 돼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을 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접종률이 다른 나라보다 매우 낮아 당장 코로나19와 공존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를 특별하지 않게 만들어서 코로나19와의 공존을 꾀하는 방법은 어쩔 수 없이 가야 될 미래"라고 강조했다.


"접종 예약·일정 혼란 최소화해야"

그는 정부에 백신 수급 노력과 접종 혼란 최소화를 주문했다. 정 교수는 "백신의 공급 일정은 전 세계적 수급 불균형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물량 확보가 어려운 점을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해 주리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래도 예약 과정이나 접종 일정은 확보된 물량이 명확해졌을 때 진행하면 국민들의 혼란이 덜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박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