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숨기기 급급했던 남자 연예인들의 치부가 이제는 웃음 소재로 활용된다. 예능에서 이들의 아픈 고백은 시청자들을 웃게 하는 주 아이템이다. 대중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과거 신비주의였던 스타들에게 친숙한 부분을 찾고 공감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인간미 넘치는 이들의 모습은 예능에서 적극적으로 소비되며 또 다른 예능 캐릭터를 탄생시킨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 Joy 예능 프로그램 '썰바이벌'에는 가수 김용준이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탈모를 고백했다. 방송에서 김용준은 "아무래도 나이가 들다 보니 M자 탈모가 오는 것 같다. 예전보다 넓어졌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대머리다. 너무 걱정된다. 나도 확실히 이마가 넓어져서 모자도 자주 쓴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고백도 있다. 바로 송중기 양세형과 동갑내기인 배우 이호철이 웃픈 사연의 주인공이다. 그는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자신의 노안을 두고 "어릴 때부터 이 얼굴이다. 24세 때 머리만 날라가고 계속 이 얼굴이다. (머리가)날아갈 때도 별로 신경 안 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가 하면 그룹 신화 에릭은 별안간 새치를 공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에릭은 지난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30대부터 2주마다 해온 새치 염색으로부터 두피를 해방시켜주기로 했다"며 삭발한 머리 사진을 게시했다.
아이돌도 탈모 고백에 거침이 없다. 그룹 비투비 멤버 프니엘은 유전이 아닌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를 고백하며 콤플렉스를 털어냈다. 프니엘은 한 방송에서 자신의 민머리를 공개 "탈모에는 마음의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 탈모를 부끄러워하지 말자"며 후련한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김희철도 방송을 통해 탈모가 진행 중이라 밝히면서 "옛날에는 머리숱이 너무 많아서 미용실에서 염색을 하면 염색약을 두 통을 썼다. 이제는 염색약이 너무 남는다"고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가수 황광희도 "요즘 남자 아이돌 중에서도 탈모 고민이 많다"면서 공개적으로 탈모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이처럼 어느 순간부터 탈모, 새치 등은 숨기기보다 자연스러운 신체 노화 과정의 일부가 됐다. 달라지는 인식에 광고계도 발을 맞췄다. 한 탈모 샴푸 브랜드는 가수 지드래곤을 모델로 삼았다. 해당 영상은 누적 조회수 300만 회를 넘기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달라진 분위기의 중심에는 배우 김광규가 우뚝 서 있다. 그는 꾸준히 자신의 탈모를 웃음 코드로 사용해 결국 가발 광고까지 성사시켰다. 김광규는 트레이드 마크로 자신의 탈모를 내세웠고 클리닉을 가는 등 꾸준히 예능 아이템으로 활용했다.
스타들의 당당하고 솔직한 고백이 호감도로 이어지고 있다. '신비주의' 콘셉트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일까. 완벽한 이미지보다 친숙한 모습이 더욱 선호 받는다. 특히 스타들의 꾸밈없는 일상을 공개하는 리얼리티, 관찰 예능 등이 주를 이룬 현 시점에서 이들의 당당한 치부 공개는 대중의 응원을 자아낸다. 이처럼 스타는 선망의 대상에서 한 걸음 내려와 대중적인 존재로 자리 잡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