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열악한 골목상권도 직격탄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기업들이 재택근무까지 들어서면서 가게엔 파리만 날렸다. 직장인 손님으로 북적였던 광화문 일대 식당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본사를 광화문에 둔 KT가 움직였다. 평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식을 강조해 온 구현모 KT 사장이 지난해 9월 직접 광화문 인근 식당가의 매출과 경영 현황 파악에 나선 것. 조사 결과, 광화문 인근 식당 50곳의 평균 매출이 거리두기 시작 전 대비 50% 이상 줄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심각성을 파악한 KT는 즉시 50곳의 식당에 각 50만 원씩 총 2,500만 원을 선결제했다.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잠깐이나마 트이게 하기 위해서다. 선결제한 금액은 재택근무 종료 이후 5,000원 권 모바일 식권 형태로 직원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주선씨는 "코로나로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였는데 KT를 비롯해 광화문에 있는 기업들 덕분에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136년간 대한민국 통신역사를 이끌어온 통신종가 KT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기술을 활용해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도입에 적극 나서면서다.
KT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위해 자사의 AI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에 의한 상권분석과 영업팁을 제공한 'KT 잘나가게'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에선 매장 주변의 상권, 유동인구, 매출, 경쟁 점포, 업계 트렌드 등 주변 상권 정보를 제공한다. 그만큼 소상공인들도 고객 맞춤형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강화되고 유동인구 자체가 없는 상황이 되면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극심해졌다. 이에 KT는 직접 광화문 사옥과 우면동 연구소 일대 식당에서 만든 도시락 7,150개를 구입해 구내식당에서 판매했다. 또 사옥 인근 식당에 주문한 간편식(밀키트) 6,672개를 KT와 직원들이 구매해 2,700개의 밀키트를 취약 계층에게 기부했다.
정보불균형 해소를 위한 KT 노력도 꾸준하다. 2007년부터 KT는 산간오지 학생들의 정보기술(IT) 교육과 함께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 키오스크 활용 교육 등도 병행하면서 정보 소외계층 지원에 나섰다. 그동안 수혜인원만 363만 명에 달한다.
기후위기 상황에 대응한 KT의 친환경 경영행보 또한 적극적이다. KT는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을 환경경영 비전으로 정립했다. 이를 위해 매년 사옥 내 냉난방 효율화, 업무용차량의 전기차 전환 등을 포함한 자체 노력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AI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 기술도 개발, 국가 전체적인 온실가스 감축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친환경 사업은 통합에너지 관리 플랫폼인 KT-MEG이다. KT-MEG은 에너지 빅데이터 분석엔진을 통해 에너지 관제뿐 아니라 발전량을 예측하고 진단, 생산부터 거래까지 전 분야를 통합 관리하는 에너지 플랫폼이다.
KT는 또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전 국민의 관심사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 자사의 통신 인프라(통신주, 기지국, 공중전화부스, 전화국사)를 활용해 최대 2,000여 개의 공기질 측정기를 설치하고, 사람이 숨 쉬는 높이에서 미세먼지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민들에게 실시간 미세먼지 정보를 제공하면서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주거 및 작업 환경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 역시 KT ESG 경영의 주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해 3월 '전자투표제'를 시행하는 한편 이사회 또한 효율적인 견제와 투명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11명의 이사 중 사외이사는 8명으로, 상법상 요건인 과반수를 크게 상회할 뿐 아니라 타 기업 대비 사외이사 비율이 높다. 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이사회 의장과 이사회 내 위원회 위원장은 사외이사 중 선임토록 해 이사회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 의사결정을 하고 경영감독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이런 노력 아래 KT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매년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ESG 평가에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줄곧 A+와 A등급을 유지했다. 2019년에는 처음으로 B+를 기록했지만, 2020년엔 다시 A+로 올라섰다. 지난해 조사 대상에 오른 760개사 중에서 A+를 받은 기업은 16개사(2.1%)에 불과하다.
구 대표는 "KT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술과 솔루션으로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활동을 이어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대표 ESG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