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동안 막혔던 군 통신선이 27일 전격 복원되자 국방부는 앞으로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ㆍ서해상 군 통신선을 통해 북측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진 만큼 위기상황 관리가 훨씬 수월해진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6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군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국방부는 군 통신선이 재가동된 뒤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해 우발충돌 방지를 위한 불법조업 선박 정보 교환뿐 아니라 남북 군사당국 사이에 다양한 통지문 교환도 가능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통신선의 부재를 가장 크게 실감한 사례는 지난해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이었다. 군 당국은 당시 첩보를 토대로 북한이 서해상에서 월북 의사를 밝힌 공무원 A씨를 사살한 다음, 시신을 불태웠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북한에 확인할 길이 없었다. 통신선이 끊겨 전화는 물론 통지문을 보낼 팩스마저 불통이었던 탓이다. 합동참모본부가 시신 소각 정황을 파악하고도 이튿날 사라진 공무원의 상태를 ‘실종’으로 공개한 이유다.
북한 소행이 맞는지 떠보려는 의도였으나 합참의 행보는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다. 북한은 계속 침묵하다 북측이 A씨를 사살했다는 국방부 발표 이후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사망자는 월북 의사를 밝히지 않은 불법침입자로 시신이 아닌 부유물만 태웠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입장이 완전히 엇갈려 남북 공동조사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딱히 실체를 파악할 방법은 없었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군사 통신선이 막혀 있는 게 가장 아쉽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일각에선 군 통신선이 살아있었다면 북한이 사살 전 A씨의 월북을 우리 측에 통보해 비극적 죽음만큼은 막았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28일 “의사소통 채널이 복구되면 뜻하지 않은 우발적 충돌이 일어났을 경우 즉각 의견을 교환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인다”며 “그런 측면에서 군사적 긴장은 확실히 완화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군은 전날부터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 두 차례씩 북측과 정기통화를 재개했다. 단 통신선이 정상 가동하는지를 점검하는 차원으로 특별한 메시지가 오가진 않는다. 군 관계자는 “통상 북측과의 소통은 전화보다는 통지문을 통해 하는데 급한 경우는 구두(전화)로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24시간, 365일 접촉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