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지역화폐 '여민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부실한 행정력을 드러내고 있다. 1년 반 사이에 구매(충전) 금액을 네 차례나 바꾸고, '추첨제' 구매방식을 도입했다가 시민 반발에 부딪쳐 두 달 만에 철회하면서 행정력에 불신을 키우고 있다.
28일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추첨식으로 진행했던 여민전 구매 방식을 다음달부터 자동·수동충전 방식으로 변경한다.
세종시는 당초 지난해 3월부터 매월 선착순 방식으로 여민전 구매를 진행했다. 하지만 과도한 접속자 증가 등으로 툭하면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고, 수동 충전에 따른 시간 지연 문제가 생기자 추첨방식을 도입했다.
실제 지난 4월 1만2,000여명, 5월에 3만여명이 동시에 충전을 위해 동시 접속하면서 트래픽과 충전 오류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민전과 연결된 운영사와 금융기관 등의 병목현상으로 처리 속도에 한계가 오자 궁여지책으로 추첨제 충전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 "시민을 위한 정책이 로또복권이나 뽑기 같은 추첨제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전시처럼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시는 이처럼 뭇매를 맞자 여민전 운영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거쳐 결국 두 달만에 추첨제 구매방식을 없애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구매해 사용토록 했다.
여민전 구매 방식뿐만 아니라 한도액이 수시로 바뀌면서 시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지난해 3월 여민전 첫 출시 당시 1인당 구매 한도를 50만원으로 설정했다. 이후 6개월 만인 9월에 100만원으로 올렸다가 올해 5월 다시 50만원으로 낮췄다. 그리고 3개월 후인 다음달부터 30만원으로 더 줄이는 등 여민전 도입 1년 반 사이에 네 차례나 한도를 변경했다.
신도심 한 주민은 "캐시백 등 혜택이 좋아 여민전을 이용하고 있는데 충전 한도액이 하도 오락가락해서 헷갈린다"며 "예산 타령을 하는데, 애초에 예산편성을 잘 해 놓았다면 이렇게 툭하면 바꾸지 않아도 될 거 아니냐"고 불신을 드러냈다.
세종시 관계자는 "훨씬 많은 시민이 이용할 할 수 있도록 여민전 구매 한도를 낮췄으니 이해해 달라"며 "행안부와 지속 협의해 발행 물량은 증액하고, 정부 2회 추경에서 관련 예산을 더 확보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