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야’... 딸에게서 온 메시지 알고 보니 ‘사기꾼’

입력
2021.07.28 10:20
'메시지피싱' 사기 범죄 극성
비대면 일상화에 해마다 급증
"반드시 유선통화 후 확인해야"

#40대 주부 A씨는 지난 4월 16일 오후 1시쯤 딸로부터 ‘엄마 나야, 핸펀(휴대폰) 수리 맡겼어. 이걸로 대화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어 ‘온라인 결제할 거 있는데 엄마 통장 비번(비밀번호) 하고 공인인증서 비번 좀’이라는 문자가 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무 생각 없이 답을 보낸 A씨. 잠시 뒤 ‘엄마 너무 복잡하다. 차라리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보내주는 링크 눌러서 핸펀에 설치해. 이후에는 핸펀 절대 만지지 마’라는 메시지가 왔다. A씨는 링크를 다운받은 후 휴대폰을 핸드백에 넣었다. 오후 늦게 휴대폰을 확인한 A씨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통장계좌에서 3,000만 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지만 “무슨 소리냐”는 답변만 들었다. A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으나 잃어버린 3,000만 원은 결국 찾을 수 없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A씨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간 혐의(사기 등)로 '메시지피싱' 범죄조직의 국내 총책(총책임자) B씨 등 일당 6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수거책 C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총괄 관리자 D씨 등 2명을 수배했다.

A씨처럼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 '팀뷰어'를 설치하도록 유도한 뒤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가는 메시지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링크한 앱도 원격제어 앱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사례처럼 금융사기를 당한 인원은 지난해 2,926건에 이른다. 이는 2019년 687건에 비해 325.9%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만 1,291건이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출금과 대출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다 보니 금융사기 범죄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이나 지인 등이 메시지 등을 통해 앱이나 파일 설치를 요청할 경우 반드시 유선통화 후 다운받고, 통화가 안 되면 절대 내려받지 말아야 한다”며 “혹여 앱을 다운받더라도 계좌나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는 절대 알려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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