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채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태권도 일정 마지막 날 결승에 올랐던 이다빈(25·서울시청)은 은메달을, 인교돈(29·한국가스공사)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 모두 힘든 수술을 딛고 복귀해 따낸 값진 결과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태권도 선수단의 목표는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이다빈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 마지막 날 여자 67㎏ 초과급 결승에서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30)에 6-10으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준결승에서 2016 리우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이 체급 세계랭킹 1위 비안카 워크던(30·영국)에 3라운드 막판 ‘역전 발차기’로 25-24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는 등 자신의 생애 처음 오른 올림픽 무대에서 맹활약했지만, 결승에서 선제 득점을 한 뒤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상대 만디치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결국 정상에 서진 못했다.
이다빈은 지난 1월 부상당한 왼쪽 발목을 수술했다. 자칫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었던 그는, 수술 이후 내리 3개월 이상 운동을 쉬고 5월에야 훈련을 재개했다. 이번 대회에서 승승장구한 그는 마지막 벽을 넘지 못했지만, 패한 직후 승자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며 승복의 가치를 일깨웠다. 이다빈은 "결과는 아쉽지만, 상대가 더 좋은 경기를 했다"며 "다음엔 더 갈고 닦아 금메달을 따내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남자 80㎏ 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선 암 투병을 이겨낸 뒤 올림픽 무대에 선 인교돈(29·한국가스공사)이 감격의 동메달을 따냈다. 준결승에서 북마케도니아의 데얀 게오르기예프스키(22)에게 6-12로 져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게 된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반 트라이코비치(30·슬로베니아)를 5-4로 꺾었다. 2014년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2기 진단을 받은 뒤 힘겨운 항암 치료를 이겨내고 다시 검은띠를 동여맨 그는, 결국 도쿄에서 ‘인간 승리’ 드라마를 쓴 뒤 “투병하시는 분들이 저란 선수로 인해 힘을 내 잘 이겨내 주셨으면 좋겠다”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최인정(계룡시청), 강영미(광주 서구청), 송세라(부산시청), 이혜인(강원도청)으로 구성된 펜싱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은 이날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에 32-36으로 아쉽게 져 은메달을 땄다. 2012 런던올림픽 준우승에 이어 9년 만에 획득한 은메달이다.
대회 일정을 마무리한 한국 태권도는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태권도가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종주국 한국이 노골드로 물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국제 대회에 나선 다른 나라와 달리, 2년 가까이 국제 대회에 나서지 못해 실전 감각이 떨어진 점을 아쉬워했다.
다만 태권도 종목은 이번 대회를 통해 저변 확대의 기회를 얻었단 평가를 받는다. 지난 24일 열린 여자 49㎏급 결승에서 태국 선수가, 다음 날 남자 68㎏급에선 우즈베키스탄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이 밖에도 여자 58㎏급 은메달은 튀니지, 여자 57㎏급 동메달은 대만 선수가 가져갔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값비싼 장비 없이 즐길 수 있는 태권도의 장점을 언급하며 “모든 올림픽 종목 중 가장 관대한 종목으로, 놀라운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