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올림픽 물살을 가른 ‘인어공주’ 김서영(27·경북도청)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올림픽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하루 평균 6,000~7,000m 물살을 가르고, 선택과 집중을 위해 개인혼영 200m 단 한 종목 출전을 결정했지만 자신이 가진 실력을 모두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서영은 27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경영 여자 개인혼영 200m 준결선에서 2분11초38의 기록으로 조 7위, 전체 16명 중 12위에 그쳤다. 상위 8명 안에 들지 못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또다시 결선 진출 티켓을 놓쳤다. 2분10초대 초반 기록만 냈더라도 결선행 막차를 탈 수 있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김서영은 남자수영 황선우와 함께 2012년 런던올림픽 박태환 이후 명맥이 끊긴 한국 수영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기대를 받았다. 특히 올림픽 경험치나, 개인 최고 기록(2분08초34·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볼 때 김서영에게 도쿄올림픽은 ‘라스트 댄스’를 추기 좋은 무대로 여겨졌다.
본인 스스로도 “고등학생 때 나가 예선 탈락한 런던올림픽은 세계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운 대회였고, 준결선에 올랐던 리우올림픽은 결선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대회였다”며 “도쿄올림픽에서는 결선 진출을 넘어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다렸던 올림픽이 1년 연기돼 열리고, 국제대회 경험 부족 등으로 실전 감각이 우려됐지만 김서영은 마지막 목표를 향해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출발은 정말 좋았다. 한 선수가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 순으로 50m씩 헤엄쳐 시간을 다투는 개인혼영 200m에서 김서영은 첫 50m 구간을 27초68의 기록으로 2위로 주파했다.
이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배영에서 1위로 올라섰다. 100m 구간까지 기록은 1분00초19. 하지만 약점으로 꼽힌 평영에서 뒤처지며 150m 구간을 5위(1분39초50)로 들어갔고, 마지막 구간에서 더 밀려 7번째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8위로 막차를 탄 영국의 알리샤 윌슨(2분10초59)과 0.79초 차다. 전날 저녁 예선에서 페이스를 조절하며 힘을 비축하고, 다른 개인종목을 포기하고 주종목인 개인혼영 200m에만 집중한 것을 비춰볼 때 이날 결과는 허탈하게 다가왔다.
레이스를 마치자마자 눈물을 참지 못한 김서영은 울고 또 울었다. 다섯 살에 엄마를 따라 처음 수영을 시작한 뒤 수영장은 언제나 내 집처럼 편했고,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장소였다. 가끔은 슬픔과 고통도 줬지만 이날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큰 고통을 안겼다.
김서영은 “경기 전까지 솔직히 자신이 있었고, 해보자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들어갔다”면서 “100m까지는 자신감 있게 턴을 했는데 그 후에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고 흐느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