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수산물 등을 제공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경찰에서 내사 중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사건과 관련, 김씨에게 대게를 전달받은 승려가 이번 사건의 전말에 대해 입을 열었다. 주 의원이 '대중공양(신도가 승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일)' 차원에서 자신을 김씨에게 연결시켜 줬으며, 자신이 먼저 주 의원에게 수산물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A승려는 2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동안거(冬安居ㆍ겨울철 3개월간 외출을 금하고 한데 모여 수행하는 일) 때 주 의원이 절에 찾아와 차담을 하던 중 내가 '대게를 좀 보내라'고 하니 주 의원이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 의원은 이후 '가짜 수산업자' 김씨에게 A승려 연락처를 전달했고, 김씨는 며칠 뒤 "주 의원께 스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라며 A승려에게 연락해왔다.
김씨는 동안거 기간인 올해 2월 초 A승려가 머물던 경북 경주 사찰의 선원(禪院ㆍ스님들이 모여 공부하고 참선하는 장소) 인근으로 롤스로이스 차량을 타고와 대게 두 상자를 직접 전달했다고 한다. A승려는 상자 안에 들어 있던 대게 10여 마리를 인근 식당으로 가져가서 같은 선원 소속 승려 4명과 나눠 먹었다.
A승려는 20여 년 전 경북 문경 사찰에 있을 당시 대구지법 상주지원장이던 주 의원이 해당 절을 방문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이후 2017년쯤 불교계 큰스님이 입적하면서 조문을 계기로 주 의원과 재회했다. 특히 A승려 가족이 주 의원 지역구인 대구 수성구에 살고 있어 함께 식사하는 등 자주 교류하게 됐다고 한다.
주 의원은 종종 A승려에게 대중공양을 해왔고, 김씨가 대게를 제공한 것도 그 일환으로 받아들였다는 게 A승려 설명이다. '가짜 수산업자' 김씨와 면식이 없었던 A승려가 당시 주 의원에게 "김씨를 어떻게 아느냐"라고 묻자, 주 의원은 "포항에 대게잡이 배를 스무 척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친구한테 내가 (대게를 가져오라고)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 의원은 한국일보 보도 후 언론에 "A승려가 게 음식점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게를 잡는다는 김씨 전화번호를 알려줬을 뿐, 대게를 제공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A승려는 이에 대해 "주 의원은 내게 대중공양을 한다는 일념하에 김씨를 연결시켜 준 것"이라며 "내가 먼저 게를 거론하자 주 의원이 전화해서 중간에 다리를 놓은 것뿐"이라고 밝혔다. A승려와 김씨와의 만남은 그날 대게 식사 모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가짜 수산업자'의 금품 제공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주 의원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달 초 A승려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A승려 진술과 여러 증거자료를 종합한 결과, 실제로는 주 의원이 대게를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은 1회에 100만 원,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 처벌된다.
경찰은 당시 대게 시세와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토대로 김씨가 제공한 대게 두 상자의 가액을 120만 원 정도로 산정하고 있다. A승려는 이에 대해 "경찰이 대게 10마리를 120만 원으로 본다면, 청탁금지법 처벌 기준에 맞추기 위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수협에서 1마리에 5만 원이면 살 수 있기 때문에 50만 원은 안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종단 내 비위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조계종 호법부는 전날 A승려 대게 모임 사건과 관련해 해당 선원을 통해 진상 파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관계자는 "승려들이 모여 수산물을 먹은 것 자체는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며 "현재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