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코로나에 ‘글로벌 소비재 공급망’ 마비… 美 새 학기도 타격

입력
2021.07.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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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생산 중단에 코로나19 장기화로 물류 적체
등교 재개 앞두고 의류·가방·운동화 수요는 급증
해상·내륙 공급망 붕괴 우려… 인플레이션 현실화

개발도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글로벌 소비재 공급망이 연쇄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 동남아시아의 제조업 공장 상당수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상품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유통 적체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상품 공급도 마비됨에 따라 공급망에 가해지는 압박은 한층 커졌다. 특히 9월 새 학기 등교 재개를 앞둔 미국의 경우, 수요 급증까지 맞물려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이다.

2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와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최근 의류브랜드 나이키의 베트남 공장 두 곳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았다. 베트남에선 나이키 운동화 물량 50%가 생산된다. 미 신용평가회사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베트남은 올해 2분기 나이키 제품과 관련한 미국 해상 수입의 49%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 품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에 공장을 둔 리바이스나 H&M 같은 업체들의 처지도 비슷하다.

문제는 이렇게 공급 물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방·운동화·의류 등 소비재 수요가 폭증한다는 점이다. 지난 학기까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 미국이 새 학기엔 높은 백신 접종률을 앞세워 대면 수업을 재개하면서 소비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S&P는 “6월 의류 수입량이 5% 감소한 데 비해 의류 매장 판매량은 17%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의류신발협회 스티브 러마 최고경영자(CEO)는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며 “크리스마스 쇼핑을 지금 해 두라”는 촌평도 날렸다.

공급망 붕괴는 아이들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개학을 앞둔 학교들이 급식 재료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식료품 공급업체가 인력 부족과 운송 문제를 겪고 있는 탓이다. 더구나 경기 회복과 코로나19 봉쇄 해제로 식당들도 영업을 재개해 물량이 더 달리게 됐다. 일부 학교에선 식사 메뉴를 줄이는 방안마저 검토하고 있다.

내륙의 물류 대란도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반 이상 지속되며 수출입 항구엔 컨테이너가 켜켜이 쌓였고, 철도는 밀려드는 화물로 과부하가 걸렸다. 급기야 미국 최대 공공 철도인 유니언 퍼시픽은 서부 항만에서 내륙 일리노이주(州) 시카고를 잇는 철도 운송을 일주일간 중단했다. 랜스 프리츠 CEO는 “철도 운송량이 수요를 감당 못 할 지경”이라며 “운송 차질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상·내륙 공급망 대란은 결국 물류 비용을 증가시키고,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중국에 제조 공장을 둔 교육용 완구 업체 러닝리소스는 운임 비용 인상분을 메우고자 소비자 가격을 30% 올렸다. 릭 월든버그 CEO는 “화물이 쌓인 상태로 좋은 포도주처럼 숙성되고 있다”며 “우리 손에 들어올 땐 이미 골동품이 돼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푸마, 챔피언 등 의류브랜드 상품을 제조하는 유나이티드 레그웨어&어패럴의 크리스토퍼 볼프 CEO는 “팬데믹 이전보다 컨테이너 선적 비용이 12배 증가했다”며 “개도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 소비재, 그중에서도 의류 시장에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