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딸 조민씨의 친구 장모씨가 '민이가 분명히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하자, 검찰이 장씨 가족들에게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또 다른 '가족 인질극'을 벌였다"고 힐난했다. 그는 장씨의 글에 "만감이 교차했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장씨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법정 증언을 할 때 어떤 상태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딸 조씨의 한영외고 동창이자 조씨를 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린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의 아들인 장씨는 25일 페이스북에 "(서울대) 세미나에서 민이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은 없지만, (세미나 관련) 영상과 사진에 나온 여학생은 그가 맞다. 민이는 사형제도 세미나에 분명 참석했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저의 증오심과 적개심, '우리 가족이 너희를 도왔는데 오히려 너희들 때문에 내 가족이 피해를 봤다'는 생각에 그날 보복적이고 경솔한 진술을 하게 됐다. 조씨와 가족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검찰 조사와 법정 진술에서 '사진 속 인물은 조민씨가 아니다' '세미나에서 조민씨를 본 적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과는 180도로 달라진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조 전 장관과 아내 정경심 교수의 관련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를 두고 "(검찰) 특수부가 조국을 잡기 위해 장씨 가족 전체에 대해 총 열한 번의 조사를 했다. 또 하나의 가족 인질극이었다"며 "변호인도 없이 특수부 조사를 받던 장씨의 심리 상황은 어땠을까. 불문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이 장씨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 측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라고 압박했거나 회유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25일에도 딸 친구들에 대한 검찰 수사 기록이 의심된다고 언급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은 장씨의 면담을 담당한 검찰 관계자를 감찰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법무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장씨의 경우 3차 조사에서 오전 9시 35분 검찰청에 도착했으나 조사는 오후 1시 5분에 시작됐다. 점심시간 빼고 2시간 30분 동안 사전 면담을 했다고 기록돼 있는데 장씨는 20분 동안 콘퍼런스 동영상을 봤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약 두 시간 동안 검사는 장씨와 어떤 대화를 했고, 장씨에게 어떤 암시를 주었나. 왜 그 내용은 기록돼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를 적으며 검사는 사전 면담 시점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이 없었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전 장관은 "윤석열 검찰이 채워놓은 피고인이라는 족쇄를 차고, 언론이 이마에 찍어둔 범죄인이라는 낙인을 감내하며 걸어가야 할 길이 멀다"며 "그러나 인권의 최후 보루는 법원이란 금언을 믿으며 지치지 않고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장씨는 전날 오후 늦게 페이스북에 "검사들을 매도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의 글을 올렸다. 자신의 글로 검사들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난을 받자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장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조사를 위해 저에게 많은 내용을 물어보셨지만 다들 모두 친절하시고 진심으로 저를 존중해 주신 분들이었다"며 "저를 조사하는 데 있어서 협박과 위협, 강박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들도 할 수 없이 상부에서 이 일을 시켰기 때문에 아무 의미 없는 법정 싸움을 준비하셨을 것"이라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