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대신 내줄게요.”
미국 팝가수 핑크(P!nk)가 25일(현지시간) 팔로어가 3,160만 명인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규정된 비키니 경기복 착용을 거부해 유럽핸드볼연맹(EHF)으로부터 지난주 1,500유로(20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에 대납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핑크는 트윗에서 “벌금을 내야 하는 건 성차별을 한 EHF”라며 “계속 (성차별 관행과) 싸워 달라”고 격려했다. 이에 노르웨이 대표팀은 곧바로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반바지를 입은 선수들의 단체 사진을 올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논란을 부른 건 남녀 선수에게 달리 적용되는 복장 규정이다. 26일 외신에 따르면, 여성 비치핸드볼 선수의 경우 지금껏 EHF 요구로 양팔 전체가 드러나는 딱 붙는 스포츠 브라와 길이 10㎝를 넘지 않는 비키니 하의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야 했지만, 남성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노출 수준이 낮은 반바지와 조끼 형태의 상의를 입고 시합에 참여해 왔다.
반발이 일어난 건 13~18일 불가리아에서 열린 유럽 비치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다. 대회 개막 전 노르웨이 핸드볼협회가 노출이 심한 하의 탓에 선수들이 불편해 한다며 대신 반바지를 입고 뛸 수 있는지 EHF에 문의했지만 규정상 불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협회는 징계를 받아도 선수들이 편하게 느끼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노르웨이 여자팀은 18일 동메달 결정전 때 비키니 하의 대신 반바지를 입고 경기에 임했고, EHF는 복장 규정을 어겼다며 노르웨이 선수들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노르웨이 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외신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자기 유니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부과된 벌금은 협회가 대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징계가 물의를 빚자 EHF는 징수한 벌금을 스포츠 분야에서 여성과 소녀의 평등을 지지하는 주요 국제 스포츠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성 선수들에게만 노출을 강요하는 유니폼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보편화하는 추세다. 26일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이 ‘성적 대상화에 반대한다’며 도쿄올림픽에 노출 없는 전신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겠다고 선언한 게 단적 사례다. 지금껏 여자 체조 선수들은 원피스 수영복에 긴 소매만 덧대진 ‘레오타드’ 유니폼을 주로 착용해 왔다. 엘리자베스 세이츠 독일 대표팀 선수는 “모든 여성이 무엇을 입을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번 결정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