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기회를 놓치다

입력
2021.07.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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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신진서9단 백 박정환9단 패자조 결승<2>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은 이 대국을 펼치기 불과 나흘 전까지 쏘팔코사놀배 타이틀을 두고 혈투를 벌였다. 결승 5번기 동안 서로 승패를 주고받는 접전이 펼쳐졌다. 결국 신진서 9단이 5국 승부처에서 AI도 발견하지 못한 수순을 찾아내며 수읽기 싸움에서 승리를 거둬 우승을 차지했다. 두 기사의 비장한 표정에서 타이틀전 승부의 흐름이 이번 대국까지 고스란히 연결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신진서 9단이 흑1로 두터움을 도모하는 동안 박정환 9단은 백2, 4, 6으로 간접처리 후 발 빠르게 백8로 우상귀를 안정시킨다. 쌍방 두터움과 실리의 조화를 맞추며 장기전이 예고되는 모양새. 두 기사는 흑9와 백10, 흑17 등 이 대국의 요처를 정확히 짚어내며 좋은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백24의 붙임에 뒤로 물러선 흑25가 처음 등장한 실수. 3도 흑1에 치받은 후 흑3에 한 칸 뛰어 양쪽을 모두 처리하는 편이 나았다. 실전은 흑29까지 두터움을 얻었지만 백이 선수를 차지한 모습. 그러자 박정환 9단도 지나치게 안도했는지 바로 완착을 범한다. 백30은 4도 백1로 하변을 지켜놓을 자리였다. 흑2의 끊음에는 백3의 건너붙임이 있다. 흑 세력에 약점을 만드는 좋은 맥. 결국 백13까지 좌상귀를 안정시키며 백이 앞서나갈 수 있는 장면이었다. 실전엔 흑이 흑31을 선점하며 다소 편한 국면이 되었다.

정두호 프로 3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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