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EU 탄소국경세에서 한국 배제해야”…IMF, “탄소가격 하한세 도입 필요”

입력
2021.07.27 20:00
EU는 탄소국경세로 연 100억 달러 세수 수익 올려
제조업 중심 국가들에는 관세 추가 부과 효과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각 국가별 상황 고려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국가에서 우리나라를 면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이미 시행하는 국가로 EU의 탄소국경세 적용은 이중과세 부과 등 새로운 보호무역주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U의 탄소국경세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요소로 진단한 국제통화기금(IMF)에선 ‘탄소가격 하한세’ 도입을 대안으로 요구하고 있다.

전경련은 27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허창수 회장 명의의 건의 서한을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프란스 티머만스 EU 그린딜 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EU는 지난 14일 기후대응 법안 패키지인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 탄소국경세 시행을 예고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탄소 배출량 55% 감축을 목표로 유럽 역외산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기, 비료에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EU는 탄소국경세 도입 이후 2030년부터 매년 약 100억 달러의 세수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도 거세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의 탄소국경세 도입 이후 러시아는 약 150억 달러, 중국은 약 100억 달러, 터키는 약 90억 달러의 탄소세를 EU에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경련은 서한에서 "탄소 배출 저감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이자 공동의 목표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국가별 성장단계와 산업구조, 기술 수준에 따라 저감 능력과 비용에 차이도 있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EU와 같은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경우엔 WTO 규범의 원칙을 해치지 않도록 적용돼야 한다는 게 전경련의 입장이다.

IMF에선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이 글로벌 무역분쟁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자 탄소가격 하한세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탄소가격 하한세는 국가별 개발단계에 따라 상이한 최저 탄소 가격을 적용하는 제도다. 현재 IMF를 비롯, 많은 국제기구들이 검토 중인 방안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탄소가격 하한세를 도입하면 각 국가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탄소국경세는 글로벌 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보호무역주의 조치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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