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양궁이 ‘금빛 과녁’을 명중시킬 수 있었던 데는 ‘2.4㎝의 매직’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오진혁(40·현대제철),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17·경북일고)으로 이뤄진 남자 대표팀은 26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을 세트 스코어 6-0(59-55 60-58 56-55)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이 결승에서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축구 한일전 못지 않게 짜릿했던 일본과의 준결승전 승리가 한몫 했다.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홈 이점을 안고 있는 일본과 경기 내내 팽팽히 맞섰다.
한국은 먼저 1세트를 따내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지만 2세트를 1점 차로 내줬다. 다시 3세트를 가져가며 4-2로 달아났으나 일본은 4세트에 첫 3발을 모두 10점에 꽂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결국 슛오프까지 넘어간 승부는 2.4㎝의 차이로 운명이 갈렸다.
단체전 슛오프는 양 팀 선수들이 번갈아 화살을 쏘고 세 선수의 점수 합으로 승부를 가린다. 하지만 슛오프 점수도 동점으로 끝나면 과녁 정중앙과 가장 가까운 곳에 화살을 쏜 팀이 승리하게 된다.
슛오프에서 한국은 첫 사수로 김우진이 나가 9점을 쐈다. 이어 일본의 가와타 유키가 10점을 꽂았다.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파이팅 넘치는 김제덕이 나서 10점을 명중시켰다. 김제덕의 화살은 가와타보다 정중앙에 가까웠다. 일본의 두 번째 사수가 9점을 쐈고, 양팀의 마지막 사수 모두 9점을 꽂았다. 최종 점수는 28-28.
점수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상황에서 김제덕의 한발이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 김제덕의 10점은 중심에서 3.3㎝, 가와타의 화살은 5.7㎝ 떨어져 있었다. 2.4㎝가 치열했던 한일전 승부를 가른 것이다. 한일전을 짜릿한 승리로 장식한 대표팀은 기세를 몰아 대만을 가볍게 물리치고 ‘금빛 포효’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