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비수도권 확진자 비율이 40%를 넘겼다. 수도권 확진자 수는 정체 상태에 돌입했으나, 대도시와 휴가지를 중심으로 한 비수도권 확산은 여전히 이어지는 상태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6일 0시 기준 비수도권 확진자 숫자는 515명으로, 전체 확진자 수 1,318명의 40.7%에 달했다고 밝혔다. 확진자 중 비수도권 비중이 40%를 넘은 것은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4차 대유행 초기였던 지난 7일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은 15.2%에 불과했으나, 지난 18일 30%를 돌파한 데 이어 8일 만에 40%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방역당국은 주로 일상생활시설에서 확산이 이뤄지는 수도권과 달리 비수도권은 주점, 노래연습장, 직장, 태권도장, 휴양시설 등에서 집단발생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비수도권 대도시와 휴가지를 중심으로 한 확진자 발생 규모가 크다. 이날 국내 발생 확진자 수는 경기 343명, 서울 339명에 뒤이어 부산이 83명으로 전국에서는 세 번째, 비수도권에서는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전과 대구에서도 각각 71명, 6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날 손영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사회전략반장은 “대전 등 충청권과 부산·경남 지역, 제주·강원에서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대전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발생 비율이 4명을 넘어 경기·인천보다 발생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대전의 태권도장 관련 집단감염으로 지금까지 202명이 확진됐다.
이런 비수도권의 확산세에는 델타 변이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직 지역별 감염 확산세의 차이가 있음에도 방역당국이 25일부터 비수도권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일괄 3단계로 끌어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손 사회전략반장은 “확진자 발생률이 낮은 광주·전라·경북 지역에서는 일괄 3단계 적용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으나, 델타 변이 검출률이 증가하고 있어 빠른 전파 속도를 막아야 하고 그렇다면 비수도권의 전 지역이 위험하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실제 방역당국은 델타 변이를 사실상 국내 우세종으로 간주했다. 지난 6월 셋째 주 코로나19 확진자 중 델타 변이 비중은 3%에 그쳤지만, 지난주엔 이 비율이 48%까지 증가했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 원장은 이날 “델타 변이 발생 48%라는 숫자는 14일부터 25일 사이 검사 결과이기에 이미 그 이전에 델타 변이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델타 변이 확산 속도를 볼 때, 현재 우리도 최소 과반, 어쩌면 곧 전체 유행이 델타 변이라 간주해도 될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정부가 델타 변이 확산을 방치했다고 비판한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4일 국내 델타 변이 감염자 건수는 총 190건이었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가 이미 세계 80여국에 퍼졌다는 점을 들어 대책 마련을 주문했으나 방역당국은 주요 변이가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당국은 그간 델타 변이가 주요 변이가 아니라며 걱정할 필요 없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한 데다 느슨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까지 적용하면서 확산 규모를 키웠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뒷북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