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내년 세법의 밑그림(2021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 미래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세제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 조치로 반도체 배터리 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연구개발(R&D) 30~50%, 시설투자 6~16%로 높아진다.
정부의 재정 지출과 세제개편이 일회성 현금 뿌리기가 아니라 코로나 이후를 대비한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방점을 둔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미중 충돌이 격화하며 주요 전략 품목의 공급망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진 국제 흐름과 국가 경쟁력을 감안하면 이에 이의를 달긴 힘들다.
그러나 1조5,050억 원의 세 부담 감소분(5년간) 가운데 대기업의 세 부담 감소(8,669억 원)가 서민·중산층(3,295억 원)이나 중소기업(3,086억 원)보다 더 큰 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대기업보다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더 크다. 당연히 세금을 깎아준다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더 많은 혜택이 가는 게 취지에 부합한다. 대기업에 100이란 지원이 간다면 취약층과 영세기업엔 100보다는 큰 혜택이 주어지는 세제개편안을 짜는 게 타당하다.
더구나 올해 추가 국세수입은 31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모두가 힘든 때 정부 세수만 호황이란 비판도 적잖다. 이 정도면 먼저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세수는 없는지 살피는 게 순서다. 일단 많이 걷은 뒤 추가경정예산으로 선심 베풀 듯 푸는 소모적 행정을 반복하기보다 아예 처음부터 알맞게 걷는 게 행정 낭비를 줄이는 길이다. 정부 세제개편안에 중소기업과 취약층을 위한 항목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모두 기존 대책의 대상을 소폭 확대하는 데 그친 수준이다. 서민과 자영업자, 영세기업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세금을 감면해 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