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궁사’로 거듭난 한국 남자양궁 신예 김제덕(17·경북일고)이 남자 단체전에서 또 한번 일을 냈다. ‘한일전 준결승’의 슛오프(연장전)에 나선 모든 궁사 가운데 활을 가장 정확히 꽂은 ‘한 방’으로 한국을 결승에 이끌었고, 대만과 결승에선 자신이 쏜 6발 가운데 4발을 10점에, 나머지 두 발을 9점에 꽂으며 완승을 이끌었다. 그가 외친 “파이팅”은 이날도 도쿄 하늘에 쩌렁쩌렁 울려 퍼져 대표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오진혁(40·현대제철)과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양궁 대표팀이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덩유청(25), 탕치천(20), 웨이춘헝(27)이 조를 이룬 대만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6-0(59-55 60-58 56-55)으로 꺾고 우승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남자 단체전 2연패다. 39세 11개월의 오진혁은 이날 결과로 한국의 역대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36세 10개월에 50m 권총 금메달을 딴 진종오의 기록을 훌쩍 넘긴 기록이다. 10대(김제덕)에서 40대(오진혁)까지 역대 가장 큰 나이 차이(23세)로 구성된 대표팀이 일궈낸 우승이기도 하다.
재일동포 3세 유도 대표 안창림(27·KH그룹 필룩스)은 이날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루조프(30·아제르바이잔)를 상대로 절반승을 거두고 한국 유도에 두 번째 메달을 안겼다.
이날 금메달을 추가한 김제덕은 이틀 전 열린 혼성전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정상까지 서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비는 홈 팀 일본과의 준결승이었다. 한국이 첫 세트를 따내자 일본이 따라붙었고, 또 한 세트를 한국이 따내자 일본은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4-4(58-54 54-55 58-55 53-56)로 비긴 뒤 슛오프에서 28-28로 비겼다. 정중앙과 가장 가까운 곳에 활을 쏜 팀이 승리를 가져가는 규정상 김제덕이 두 번째 쏜 10점짜리 화살이 가장 가까운 것으로 판독됐다. 김제덕의 10점은 중심에서 3.3㎝, 일본 가와타 유키(24)의 화살은 5.7㎝가량 떨어져있었다. ‘2.4㎝의 승부’였던 셈이다.
대만과의 결승전은 ‘퍼펙트게임’이었다. 한국이 쏜 1세트 6발 중 김제덕이 두 번째 쏜 활만 9점에 꽂혔고, 나머지 5발은 모두 10점에 꽂혔다. 대만은 세 번째, 여섯 번째 발만 10점에 꽂혔다. 2세트는 아예 6발 모두 10점에 꽂아버렸다. 오진혁의 세 번째 화살이 9점과 10점에 걸쳤는데, 판독 끝에 10점으로 판독이 되며 60-58로 가져왔다. 3세트에서 한국은 첫 4발을 모두 9점을 쐈지만 김제덕과 오진혁이 마지막 두 발을 10점 과녁에 꽂으며 56-55로 이겼다.
금메달을 따낸 뒤 맏형 오진혁은 “김제덕이 오늘의 영웅”이라며 치켜세웠지만, 이날 두 형님들의 관록이 없었다면 금메달도 없었다. 김제덕은 “형들이 워낙 편하게 해주셨고, 리더십이란 게 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단체전 금메달을 바라보며 동고동락한 오진혁과 김우진, 김제덕은 27일 시작해 31일 끝나는 개인전을 준비한다. 이제 다시 선의의 경쟁자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