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 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감염병 브레이크’를 피해가지 못했다. 원장 사퇴부터 국민의힘 입당까지 ‘속전속결’ 정치 행보로 주가를 올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정작 공식 출정식은 계속 늦춰지고 있다. 대신 예비후보 등록을 서두르고, 연일 ‘이재명 때리기’에 나서는 등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 중이다.
최 전 원장은 당초 7월 중 하려던 대선 출마 선언을 내달 초로 연기했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폭 강화된 탓이다. 캠프 관계자는 25일 “방역 강화로 상징성 있는 출마 선언 장소를 섭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출정식과 온ㆍ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방식 등 여러 선택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날짜는 물론 장소나 진행 형식 등이 모두 빈칸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입당 효과’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 전 원장은 앞서 15일 꽃다발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윤석열 대항마’로 언론과 정치권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그가 당내 접촉면을 넓히며 ‘여의도 정치’에 적응하는 동안 휴가철과 올림픽 시즌이 다가왔다. 다른 주자들의 움직임도 한층 활발해지며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비대면 방식으로 출마 선언을 했고,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권영세 당 대외협력위원장과 회동하며 입당 초읽기에 들어갔다.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진 최 전 원장 측은 대선 예비후보 등록부터 앞당기기로 했다. 캠프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 26일 오전 직접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한다”면서 “출정식 이후로 계속 미룰 수 없었다”고 했다. 후보 등록을 마치면 선거사무소 설치와 후원회 조직 등이 가능해지는 만큼 이를 기점으로 보다 적극적인 선거운동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최 전 원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간 장외 설전도 점점 격해지고 있다. 최 전 원장은 23,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 국민 외식수당”, “로빈후드처럼 국민 재산을 훔쳐 의적 흉내를 내려는 것인가” 등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이 지사가 “제 공약은 월 8만 원이 아니다”라고 반박하자 이날 “동문서답이 진짜 구태정치”라며 재반박에 나섰다. 아직 유권자 선호도가 낮은 최 전 원장이 여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지사와 일부러 각을 세우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