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대통령 지지율 높으면 정권 재창출? "안심하기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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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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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5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이 30~40%대의 비교적 탄탄한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정권 재창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임기 말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경우 여당 후보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한 사례가 많았다는 게 근거다. 진짜 그랬는지, 변수는 없는지 짚어봤다.

대통령 지지율 높으면 정권 재창출?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지지율을 보면 사실 긍정 평가가 낮았을 때 정권이 바뀐 경우가 많았다. 1987년 민주화 달성 이후 여당이 재집권에 실패한 대통령은 김영삼ㆍ노무현ㆍ박근혜 3명이다. 한국갤럽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살펴봤더니 김영삼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전조가 보였던 5년차(1997년) 1분기 여론조사에서 긍정 평가가 14%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65%나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5년차(2007년) 1분기의 긍정 평가가 16%(부정 평가 78%)에 머물렀다. 국정농단 사태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가 남아 있는 4년차(2016년) 4분기의 긍정 평가가 12%에 불과했고, 부정 평가는 무려 80%였다. 대통령의 낮은 인기가 정권 심판론을 자극했고,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는 추론이 가능한 부분이다.

정권 재창출의 기쁨을 맛본 대통령은 노태우ㆍ김대중ㆍ이명박 3명이다. 이중 김대중ㆍ이명박 전 대통령은 5년차 1분기 지지율이 비교적 준수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긍정 평가 33%, 부정 평가 41%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부정 평가가 62%로 긍정 평가(25%)를 훨씬 웃돌았지만, 재집권에 실패한 세 대통령에 견줘보면 그래도 긍정 평가가 높은 편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기록이 남아 있는 4년차 4분기 직무수행 평가에서 긍정 15%, 부정 41%를 기록, 지지율이 10%대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여당 후보(김영삼)의 재집권을 견인했다.

文, 긍정평가 역대 최고... 재집권 '청신호' 여부는 분분

문 대통령의 5년차 1분기(올 4~6월 평균)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각각 35%, 56%였다. 긍정 평가만 비교할 경우 민주화 이래 가장 높다. 민주당 일각에서 내년 대선 승리를 기대하는 것도 이런 자료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반론도 상당하다. 문 대통령의 5년차 1분기 부정 평가는 역대 대통령들 못지않게 높다. ‘안티’ 세력도 만만치 않아 정권 심판 여론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한국갤럽의 최근(6월 29일~7월 1일) 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49%로, ‘여당 후보 당선이 좋다’고 한 답변(38%)을 크게 앞질렀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형성된 높은 지지율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방역 및 경제 대책은 정부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을 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다만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처럼 방역과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지지율은 언제든 급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 인기, 후보 외연확장 굴레 될 수도

또 대선은 다른 선거와 달리 현 정권의 국정운영뿐 아니라, 후보의 미래 비전을 함께 평가받는 최고 정치이벤트다. 그 때문에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거꾸로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외연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도 다분하다. 정한울 전문위원은 “친문계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민주당의 어느 주자도 용기 내 현 정부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 불만이 있는 중도층의 마음을 얻는 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