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이 아쉬운데"...수능 선택과목 '확률과 통계' 응시자 넉 달 사이 줄었다

입력
2021.07.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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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수학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비율이 올해 초보다 급감했다. 같은 점수를 받고도 선택과목에 따라 표준점수 차이가 나타나자 많은 수험생들이 응시 과목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종로학원이 지난 3~7월 학력평가를 응시한 고등학고 3학년 재학생들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수학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를 고른 학생이 56.2%로 나타났다. 3월 학력평가 때보다 4.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반면 자연계열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선택과목인 ‘미적분’과 ‘기하’를 고른 비율은 각각 3%포인트, 1.3%포인트 증가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국어와 수학 영역을 공통과목에서 75%, 선택과목에서 25%를 출제하는 방식으로 치른다. 하지만 주요 대학 이공계와 의약계열 모집에서 미적분, 기하 선택을 필수로 규정했기 때문에 자연계열(이과) 학생 대부분은 수학 선택과목에서 이들 두 과목을 택하고 있다.

입시업계는 이번처럼 짧은 기간 사이 선택과목 응시 비율이 바뀐 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고교 생활 2년 동안 특정 과목을 공부한 데다 입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과목을 바꾸기는 상당한 부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과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과 기하는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 확률과 통계를 응시해온 학생은 추가로 공부해야 한다.

그럼에도 넉 달 만에 확률과 통계 응시가 줄어든 건 이 과목이 표준점수를 얻는 데 불리한 상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6월 모의평가에서 '확률과 통계'와 '미적분' 만점자는 각각 142점, 146점의 표준점수를 받았다. 같은 만점이지만 선택한 과목에 따라 표준점수가 달라진 것이다.

선택과목 유·불리 현상은 재학생만 응시하는 교육청 주관 학력평가에서도 나타났다. 3월 학력평가에서는 '확률과 통계'와 '미적분' 만점자 표준점수가 각각 150점, 157점으로 편차가 7점까지 벌어졌다. 7월 학력평가에서는 표준점수 차이가 2점으로 준 것으로 추정되지만, 과목 간 유불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과목 간 유불리에 따른 선택과목 변화는 국어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3월 학력평가에서 응시자 26.4%가 선택했던 ‘언어와 매체’를 7월 학력평가에서는 0.4%포인트 늘어난 26.8%가 선택했다. 재수생까지 응시하는 6월 모의평가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27.8%가 선택했다. ‘언어와 매체’는 또 다른 국어 선택과목인 ‘화법과 작문’보다 상대적으로 더 까다롭지만,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월 학력평가에서 언어와 매체 만점자는 화법과 작문 만점자보다 표준점수가 4점 더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과목이 표준점수를 얻기 유리한 이유는 올해 도입된 선택과목 점수 조정의 영향 때문이다. 올해 수능부터 국어와 수학 선택과목을 신설하면서 평가원은 응시자들의 평균 점수와 표준편차 등을 반영해 표준점수를 조정한다고 밝혔다. 수능 성적표에는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가 표기된다. 평가원이 공개한 공식에 따르면 해당 과목 응시자들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높을수록 조정된 표준점수는 높게 나온다. 상위권 학생이 많이 보는 미적분과 기하, 언어와 매체가 조정 점수도 더 높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실제 수능에서 이들 과목을 선택하는 응시자 수가 지금보다도 더 늘어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국어 선택과목에선 언어와 매체, 수학에선 미적분 또는 기하를 응시할 수험생이 7월 학력평가 때보다 3∼5%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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