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의 전설 전주원(49)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또 한번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올림픽 코트에 선다.
21년 전 선수로 대표팀을 4강에 올려놓고 쿠바와 경기에서 올림픽 농구 사상 최초로 트리플더블(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개인 기록 세 부문에서 두 자릿수 이상 기록)을 달성했던 전 감독은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 단체 구기종목 사상 최초의 한국인 여자 감독으로 다시 올림픽과 연을 맺었다.
지난 23일 결전지에 입성해 결전을 준비 중인 전 감독은 25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선수 시절에는 올림픽 무대가 설렘으로 다가왔었는데, 지금은 설렘보다 걱정이 더 많다”며 “도쿄 현지에 도착하니까 ‘이제 진짜 올림픽을 치르는구나’라는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 4강 신화 등 올림픽과 좋은 기억이 많았던 전 감독이지만 이번 도쿄 대회는 ‘죽음의 조’에 묶여 1승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8년 베이징 대회 8강 이후 13년 만의 올림픽 본선에 복귀한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19위 대표팀은 스페인(3위), 캐나다(4위), 세르비아(19위)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도쿄 대회는 총 12개 팀이 출전해 3개 조 1, 2위 팀이 8강에 직행하고, 3개 조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두 팀이 8강에 합류한다. 따라서 최소한 1승을 해야 조 3위로 8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전 감독은 “우리와 랭킹 차이가 가장 적은 세르비아마저 올림픽을 앞둔 유럽대회에서 우승한 강팀”이라며 “3경기 모두 어려운 승부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만 전 감독은 “우리가 준비한 부분들을 경기에서 다 보여주고 충분한 경험치를 쌓는다면 도쿄 대회는 마지막이 아닌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다음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더 나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표팀 12명 엔트리 중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수는 김정은(우리은행)이 유일하다.
대표팀의 기둥은 간판 센터 박지수(KB스타즈)다. 박지수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다가 지난 19일 대표팀에 합류했다.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춘 시간이 부족했고, 발목 부상, 실전 감각 저하 등이 걸리지만 전 감독은 “지수는 실전에서 집중을 잘하는 스타일”이라고 믿음을 나타냈다.
또 대표팀 막내급 5명 박지현(우리은행), 한엄지(신한은행), 진안, 안혜지(이상 BNK), 윤예빈(삼성생명)을 ‘독수리 5형제’로 지칭하면서 “선수들이 '왜 5자매가 아니고 5형제인가요'라고 항의를 하는데, 단지 옛날 만화 제목을 떠올려 그렇게 부른 것일 뿐”이라며 웃은 뒤 “단 한번도 운동을 빠지지 않고 정말 열심히 했던 친구들”이라고 기특해했다.
대표팀은 26일 오전 10시 스페인과 A조 예선을 시작으로 29일 오전 10시 캐나다, 8월 1일 오후 9시 세르비아와 일전을 치른다. 전 감독은 “강팀들과 맞붙게 됐지만 우리 선수들 12명이 부담을 덜고 막 덤볐으면 좋겠다”며 “결과에 대한 비판보다 고생하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