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호 막내 이강인(19·발렌시아)의 왼발이 올림픽 무대에서도 빛났다. 벤치 멤버로 출발, 상대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한 후반 32분에야 투입됐지만, 경기 종료시점까지 15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두 골을 몰아넣으며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놓였던 팀을 단숨에 조 1위로 올려놨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대표팀이 25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시의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복병 루마니아에 4-0 완승을 거두고 기분 좋게 조별리그 3차전 격전지인 요코하마로 향하게 됐다.
전반엔 루마니아 진영의 중앙과 오른쪽을 쉴 틈 없이 휘저은 ‘울산 듀오’ 이동준과 이동경의 활약이 돋보인 가운데, 전반 종료 직전 상대 미드필더 이온 게오르게(22)의 퇴장으로 얻은 우세를 잘 살려내며 기사회생했다. 이날 김 감독은 1차전에서 선발 투입했던 이강인과 권창훈(27·수원), 이유현(24·전북)을 선발에서 빼며 변화를 줬다. 황의조(29·보르도)와 이동준(24·울산), 엄원상(22·광주)을 최전방에 내세웠고, 중앙엔 정승원(24·대구)과 원두재(24·울산)를 배치했다.
뉴질랜드와의 1차전을 벤치에서 시작했던 이동준은 이날 보란 듯 전반 초반부터 강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 수비진영을 휘저었고, 1차전 종료 후 악수 거절 논란의 주인공이던 이동경도 맹활약하며 팀 공격에 활로를 뚫었다. 전반은 이동준이 주인공이었다. 전반 11분 황의조를 향한 정확한 헤딩 패스로 득점 기회를 창출한 이동준은, 전반 27분엔 날카로운 크로스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오른쪽 측면을 빠르게 파고들어 페널티 박스 중앙으로 달려들던 황의조에게 크로스한 것이, 수비하던 루마니아 주장 마리우스 마린(23) 발을 맞고 루마니아 골 문에 꽂힌 것이다.
전반 32분엔 골키퍼 송범근이 원두재가 준 패스를 페널티 박스 안에서 집어들어 골 문과 5m 이내 거리의 간접 프리킥을 내주는 어이없는 상황을 맞았지만, 마린의 패스를 받은 안드레이 치오바누의 강력한 슛을 직접 막아내며 위기를 모면했다. 전반 종료 직전엔 상대 미드필더 게오르게가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하면서, 승리의 기운이 드리웠다.
이동경과 이동준은 후반 들어서도 상대 수비를 꾸준히 괴롭혔고, 이동경은 결국 후반 14분 엄원상 득점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의 강력한 오른발 슛이 상대 수비와 엄원상 발을 맞고 굴절되며 골 망을 갈랐다. 득점자는 엄원상으로 기록됐다. 후반 막판은 이강인 원맨 쇼였다. 이강인은 후반 32분 황의조를 대신해 투입된 뒤 두 골을 몰아넣었다. 후반 38분 설영우가 오른쪽을 파고들다 페널티 킥을 얻어냈고, 이강인이 침착하게 골로 연결하며 3-0으로 벌렸다. 후반 45분 강윤성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은 또 한 차례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하며 4-0 완승을 완성했다.
이날 승리로 루마니아, 뉴질랜드, 온두라스가 모두 1승 1패를 기록하며 물고 물린 가운데 한국은 득실 차 +3을 기록해 B조 선두로 올라섰다. 3차전 상대 온두라스는 앞서 열린 경기에서 뉴질랜드에 3-2 역전승을 거두며 막강한 공격력을 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