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기숙학교의 어두운 과거는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19~20세기 아메리카원주민(인디언)과 알래스카원주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기숙학교 과거사 조사가 시작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숙학교를 주로 운영했던 가톨릭과 개신교 등 종교계의 책임을 따지는 분위기도 있다.
3,000명 넘는 원주민 학생들의 안타까움 죽음이 드러난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의 과거가 충격을 던진 데 이어 미국도 공식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 원주민 출신 첫 각료인 뎁 할랜드 내무장관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원주민 기숙학교 사망자를 포함해 진실을 규명하고 후속 상황을 파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경우 1819년 제정된 원주민 관련 법을 계기로 원주민 기숙학교를 설립해 20세기 중반까지 운영했다. 미 AP 통신은 24일 “미국의 가톨릭과 개신교 교단은 150개 이상의 기숙학교를 운영했다”며 “원주민 아이들은 정기적으로 부족의 가족, 관습, 언어, 종교로부터 단절됐고 그들을 동화시키고 기독교인으로 만들기 위한 학교로 보내졌다”라고 전했다.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기숙학교의 원주민 아이들은 원주민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처벌받고, 학교에서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영양 실조를 겪었다.
최근 들어 잘못을 인정하고 치유에 나선 교단이 늘고 있다. 미국 개신교 장로교단 지도자들은 2017년 알래스카를 찾아 기숙학교 운영 방식을 사과했다. 기독교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원주민의 영적 전통을 억압했다는 이유에서다. 감리교단도 원주민을 부당하게 대했던 일에 대한 참회식을 2012년에 개최했다. 성공회 역시 지난 12일 성명을 발표하고 유감을 표했다.
물론 원주민 기숙학교의 긍정적 측면을 이야기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좋은 교육을 받고, 친구를 사귀고,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세다. AP는 “교회가 그들의 기록보관소를 열고, 그들의 신앙의 이름으로 행해진 일을 대중들에게 교육하고, (기숙학교에서 고통을 받은) 학생들과 가족들이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교회의 자체 조사에 원주민 출신을 참여시키고, 미국인들이 원주민 사회에 미친 영향, 그들의 땅을 빼앗아간 과정을 함께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진실이 없다면 치유가 될 가능성은 제한적”(사무엘 토레스 미국 원주민 기숙학교 치유 연합 연구프로그램 책임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