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긴 양궁 대표팀 막내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은 우승 후에도 막내답지 않은 여유를 보였다. 경기 내내 파이팅을 외쳤던 김제덕은 기자회견에서도 "파이팅"이라는 말을 반복해 취재진을 웃게 만들었다. 안산은 한결같은 침착함으로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김제덕과 안산은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혼성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소감을 밝히면서도 찰떡 궁합을 보였다. 안산은 "한국 첫 금메달로 알고 있는데 너무 영광스럽다. 저희 기운을 받아서 다른 선수들도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제덕은 뒤이어 "(한국선수들) 파이팅입니다"라고 답을 대신하면서 "(오늘 하루종일) 파이팅을 쉴 새 없이 외친 것 같다"며 웃었다. 안산은 "제덕이가 파이팅을 외쳐서 저도 힘이 난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미래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는 외신 기자의 말에도 김제덕은 "파이팅하라고 하고 싶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실력은 모두 비슷하지만) 양궁은 누가 더 자신감 있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두 선수는 결승전 승부처를 묻는 말에 "상대를 신경쓰지 않고 연습한 대로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제덕은 "결승전 첫 발과 두번째 발에서 10점, 10점이 나왔다. 욕심내기보다는 산이 누나를 믿고 '나가도 9점'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슈팅했다. 누나가 쏠 때에도 '나가도 9점'이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안산은 "노란 곳(9~10점 과녁)만 보고 쐈는 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기뻐했다.
이들은 시상대에서 서로에게 금메달을 걸어줬다. 이번 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메달을 걸어주진 않는다. 안산은 "시상대에 올라가기 전에 즉흥적으로 '서로 걸어줄래?' '그러자' 해서 서로에게 걸어줬다"고 설명했다. 믹스트존 질문이 길어지자 김제덕은 "이제 마지막 질문 하나만 받겠습니다. 저희도 이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라고 말해 또 한번 웃음을 자아내며 발걸음을 옮겼다.
김제덕은 어젯밤 꿈을 길몽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활을 쏠 때 하는 자기암시가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 어제 밤에 뱀 꿈을 꿨다. 뱀이 여러 마리였다. 좋은 꿈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안산은 "시합할 때나 훈련할 때 혼잣말을 많이 하는 데, 저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잘 해왔고 잘 할 수 있다'거나 '의지만 있으면 못할 게 없지'라는 말을 가장 많이한다"고 소개했다.
겂없는 막내들은 이제 첫 3관왕에 도전한다. 우리나라 하계올림픽 역사상 단일 올림픽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딴 선수는 아직 없다. 양궁은 25일 여자 단체전, 26일 남자 단체전, 30일 여자 개인전, 31일 남자 개인전이 이어진다. 안산은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긴장하지 않고 시합에 임하겠다. 단체전에서는 시상대 위에서 애국가를 듣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제덕은 "가장 큰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라며 "개인전은 긴장하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