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사진이 왜 나와? MBC 올림픽 중계 '대형 사고'

입력
2021.07.23 23:19
국가 소개 부적절한 이미지 사용 잇달아
아이티엔 분쟁 사진, 엘살바도르엔 비트 코인 사진 써
MBC "우크라이나 등에 사과"

MBC가 23일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를 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소개할 때 구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사진을 쓰는 대형 방송사고를 냈다. 국제적 행사에서 최악의 방사선 누출 사고로 불리는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을 써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는 우크라이나 선수단 소개 장면에서 벌어졌다. 선수단 입장시 화면 왼쪽 상단에 각 국가를 대표하는 사진이 쓰였는데, 이 과정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모습이 담긴 사진이 쓰인 것이다. 1986년 4월 발생한 이 사고는 우크라이나 키예프 북쪽,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위치한 제4호기 원자로가 폭발해 벌어졌다. 방사선 피폭으로 최소 56명이 사망했고, 20만여 명이 사고 정화 및 복구 작업에 투입돼 평균 100밀리시버트(mSv)의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후 사진을 쓴 것처럼 매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방송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 온라인엔 '이 정도면 한 국가에 대한 극단적 모독이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rhein****), '굳이 축제날에 가장 아픈 역사를 꺼내는 건 무슨 저의이고, 무례인가'(elfu****), '사실상 공영방송인 MBC 가 우크라이나 사진에 체르노빌 사고 사진을 올리면 당연히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다'(Ac****) 등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10년 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풍자하는 이미지로 썼다 해도 용납할 수 없는 사진 활용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MBC의 방송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이티를 소개할 때엔 현지 분쟁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을 썼다. 화면에 쓰인 사진엔 아이티 국기를 든 시민들 뒤로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사저를 침입한 괴한의 총격으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사망해 극심한 혼돈에 빠진 현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파키스탄 소개도 부적절했다. MBC는 파키스탄을 '종교 갈등으로 1947년 인도로부터 분리'라고 자막 처리했다. 역사적 사실이라고 해도 해당 국가의 어둡고 아픈 일을 굳이 꼭 뽑아서 소개할 필요가 있었냐는 점에서 상당수 시청자가 당황스러워했다.

엘살바도르 소개 때 자료화면으로 비트코인 사진을 활용한 것도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하긴 했지만, 현지에서 반대 시위가 거세고 그 배경도 경제난 때문이라 조롱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MBC 개회식 중계진은 방송 말미에 "오늘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 국가 소개 시 부적절한 사진이 사용됐다"며 "이 밖에 일부 국가 소개에도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이 사용됐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당 국가와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자막 등을 통해 사과했다.

양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