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도 백신 접종이 미진한 가운데 미국 여행 일정에 코로나 백신 접종을 포함한 관광 상품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른바 ‘백신 관광’ 상품이다. 해외 백신 접종과 함께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심리가 분출된 ‘보복 관광’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미주 전문여행사 힐링베케이션은 미국으로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상품을 출시했다고 23일 밝혔다. 여행객은 도착 2일 차에 미국 뉴욕 호텔에서 대기 중인 전담 의료진으로부터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제품 가운데 원하는 백신으로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백신 접종 이후엔 자유관광이 가능하다. 뉴욕은 의무 자가 격리 기간이 없어 나이아가라 폭포, 워싱턴 등 미 동부지역을 여행할 수 있다. 여행상품은 25박 27일(화이자 1, 2차 접종), 9박 12일(얀센 등 접종) 등으로 구성됐다. 백신 간 교차 접종도 가능하다.
박상수 힐링베케이션 대표는 “해외는 백신 수량이 여유로워 관광객에게도 무료로 접종을 진행하는 상황인데 국내에서는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백신을 선택해서 맞을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라며 “직접 해외여행을 기획하고 백신 접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다만 여행 기간이 길고 가격도 900만 원(9박 12일), 1,500만 원(25박 27일) 등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여행업계는 백신 관광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주 연속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본격화가 다음 달로 미뤄지면서 침체된 여행업계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 순서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원하는 백신도 맞고, 1년 반 이상 참아온 여행 욕구를 풀 수도 있다”며 “이미 여러 국가에서 시행 중이라, 백신 관광 상품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백신 관광은 지난해 11월 인도 현지 여행사 ‘젬스 투어앤트래블즈’의 미국 백신 여행을 시작으로 노르웨이, 일본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백신 관광'에 대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주어지는 혜택은 미미하다. 우선 아직까지는 해외에서 접종한 백신을 국내에서 인정받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가 간 백신 접종자를 인정해주는 ‘상호 인증’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국가별 백신이 워낙 다양하고, 요구사항도 많아 아직까지 '상호 인증'하기로 결론 난 국가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입국 후 자가 격리도 피할 수 없다. 관광 등 비필수 목적을 위해 입국하는 해외 예방접종 완료자는 격리 면제가 되지 않는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해외에서 예방접종을 완료한 경우에도 중요 사업상 목적, 학술·공익 목적, 장례식 참석 등 인도적 목적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격리 면제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또, 국내 백신 접종자들이 누릴 수 있는 ‘백신 인센티브’를 누릴 수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수칙에 따르면,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사적 모임이나 각종 행사, 실내외 다중이용시설 인원 제한에서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