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재개 최대 걸림돌로 부상한 '北 인권'

입력
2021.07.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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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 "2013년  후 공개총살 없어"
대화 대비한 北 인권개선 조짐도 엿보여

미국이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계속 건드리고 있다. 인권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핵심 가치이지만, 거꾸로 북한 지도부 입장에선 최대 체제 위협 요소여서 양측 대화 재개의 확실한 걸림돌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북미 모두 ‘선(先)양보’를 꺼리고 있어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가 상황 반전의 돌파구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여전히 북한 내 인권과 인도주의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궁극적인 정책적 목표 중 하나는 우리의 가치를 옹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시아를 순방 중인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앞서 20일 일본 도쿄에서 납북자 가족을 면담한 데 이어 재차 북한의 인권침해를 걸고 넘어진 것이다. 북미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일찌감치 선언한 인권 중시 기조는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고 할 수 있다.

북한도 가만 있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은 16일과 21, 22일 세 차례나 쿠바 반(反)정부 시위과 관련해 “미국의 내정간섭을 물리치기 위한 쿠바 인민의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겉으론 지구상에 몇 안 남은 우방인 쿠바를 옹호하려는 취지지만, 북한에 쏠리는 미국의 인권 공세를 차단하려는 속내가 역력했다.

북미가 인권을 놓고 신경전을 이어가는 것은 각자의 전략적 필요성과 맞물려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인권과 민주주의는 기본 가치를 넘어 동맹체제 복원과 중국 견제의 핵심 근거이기도 하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탄압 문제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불편하게 만들 효과적 수단인 셈이다. 반면 북한도 주민 통제를 통해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인권 비판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양측의 갈등 고리를 끊어 내려면 어느 한쪽이 먼저 행동에 나서야 한다.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다. 미국이 ‘대규모 백신 제공’처럼 북한의 구미를 당길만한 인도적 지원책을 내놓거나, 식량난 등 내부 어려움이 가중된 북한이 자존심을 꺾고 손을 벌리는 방법이 있다. 물론 아직까지 북미는 각각 적대정책 철호와 무조건적인 대화 재개를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 있다.

다만 협상 재개에 대비한 북한의 변화 조짐도 일부 엿보인다. 통일연구원은 23일 발간한 ‘2021 북한 인권백서’에서 2013년 이후 공개 총살이 없어지고, 보안서(경찰서) 구류시설과 검찰소 등에서 구타가 금지됐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밝혔다. 정상국가 이미지를 쌓아 향후 북미대화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국제사회의 압박이 북한 사회의 실질적 인권 개선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인권 문제에 적극 대응하면서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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