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의 수상한 아파트 거래… 차명 소유 의심

입력
2021.07.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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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매입과 같은 날 2년 전세 계약
7개월 만에 보증금 돌려받고 계속 살아
집주인과 렌터카 동업한 '절친' 알려져
사업할 때 본인 명의 거래한 적 드물어
업계 "상식적이지 않은 거래… 조사 필요"

116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2년 가까이 임차해 살던 경북 포항의 아파트가 범죄수익을 빼돌리기 위해 차명 보유한 부동산이라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김씨와 집주인은 렌터카 사업을 함께 한 '절친'으로 알려진 데다, 김씨가 전세 계약 7개월 만에 보증금을 돌려받고도 계속 거주하는 등 실소유자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김씨가 살던 포항 남구의 아파트 최상층(186㎡·56평)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김씨는 친구 A씨가 해당 아파트를 4억2,000만 원에 구입한 2019년 10월 21일 3억5,000만 원에 2년간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A씨와 김씨는 동갑이고 외제차 렌터카 사업을 함께 했을 정도로 친분이 깊은 사이로 알려졌다.

통상 거주용이 아닌 시세 차익 등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기존 세입자를 안고 사거나, 집을 사고 나서 세입자를 구한다. 때문에 포항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실제 집주인은 '가짜 수산업자' 김씨이고, A씨는 명의만 빌려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포항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집을 매매한 날과 동시에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한 건 집을 사기 전에 세입자를 구했다는 것인데,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며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할 생각도 없는데 최상층 대형 아파트를 산 것도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김씨가 아파트를 차명 소유한 것으로 의심받는 정황은 이뿐만 아니다. 그는 전세 계약을 하고 7개월 만인 지난해 5월 13일 친구이자 집주인인 A씨로부터 보증금 3억5,000만 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짐을 빼지 않았고, 올 3월 말 사기 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 계속 살았다. 김씨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외제 스포츠카(슈퍼카) 10여 대를 장기 주차해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두세 대도 아니고 10대 넘게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으니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며 "수사기관에 해결해달라는 투서를 넣은 주민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 측근도 "김씨가 구속되기 전까지 이 아파트에 살았고, 지금도 짐이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전세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보증금을 돌려준 A씨는 정작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김씨에게 돈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3억2,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김씨가 살던 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입자가 나가지도 않았는데 빚을 내서 전세보증금을 내줬다면 상식적인 거래가 아니다"며 "김씨의 차명 부동산이 아닌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서 대당 수억 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타인 명의로 리스해서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씨 주변 인사들은 그가 사기 행각이 드러났을 때를 대비해 차명으로 구매했고, 부동산 역시 같은 방법으로 거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의 측근은 "김씨는 부동산이나 고가의 차량은 물론이고 사업을 할 때도 본인 명의로 한 적이 거의 없다"며 "사기 전과 등으로 신용 상태도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