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국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본에겐 세 번의 시정 기회가 있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며 최근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위원회가 군함도(端島·일본명 하시마섬) 역사 왜곡 비판 결의문을 채택(▶관련기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23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그는 먼저 2015년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경과에 대해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등재 당시 우리 정부는 군함도에서 벌어진 강제징용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인포메이션센터 등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2019년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2회에 걸쳐 이를 유네스코에 보고했다.
도 위원장은 "그러다 2020년 일본이 인포메이션센터를 설치했다고 해서 가봤는데 정반대로 강제징용의 역사를 왜곡하거나 희석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고 했다. '한국 노동자들이 일본의 산업화를 지원하러 왔다'며 강제노역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6월 독일, 벨기에, 호주 전문가로 꾸려진 현장 조사단이 파견됐고 이들이 일본의 역사 왜곡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에게 부과한 다섯 가지 이행권고 조치도 설명했다. 첫 번째는 ① 역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전략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강제징용 등 침략의 역사도 설명하라는 얘기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희생자를 위한 조치도 마련하라고 했다. ② 희생자를 위한 인포메이션센터를 설치하거나 ③ 추모 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그 밖에도 ④ 독일과 같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를 보고 배우라는 것과 ⑤ 관계국과 지속적인 대화를 하라는 내용도 이행권고 조치에 포함됐다.
도 위원장은 "일본은 이행 여부를 내년 12월까지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일본이 따르지 않으면 등재 취소가 되나'라고 묻자, 그는 "외교부는 취소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지정됐다 취소되려면 목적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시설이라는 것이 확인돼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도 위원장은 자신은 처음부터 등재 반대를 주장했다며 그 이유로 군함도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업시설 중 쇼카손주쿠(松下村塾)를 들었다.
그는 "쇼카손주쿠는 요시다 쇼인의 사설학당인데, 그곳에서 이토 히로부미, 가스라-태프트 밀약의 가스라, 조선 1, 2대 총독이 배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 나치 전범의 아버지 격인 사람을 기리는 공간을 숨겨둔 셈"이라고 강조했다.
도 위원장은 "일본의 잘못을 지속적으로 지적할 국가는 우리밖에 없다"며 결국 우리가 일본의 이번 권고조치 이행을 계속해서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