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표적 치료하면 유방 원발암·림프절 전이암 모두 효과"

입력
2021.07.22 20:24

림프절에 전이된 유방암 표적 치료의 새로운 기준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체 여성 암 환자 11만5,080명 가운데 20.5%에 해당하는 2만3,547명이 유방암이었다. 여성 암 환자 5명 중 1명은 유방암 환자인 셈이다.

정준ㆍ안성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팀은 ‘HER2 양성 유방암’과 이로 인한 ‘전이 림프절’에 표적 치료제를 단일 또는 이중으로 사용했을 때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 유방 원발암을 치료하면 림프절 전이암도 치료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림프절 전이암에 단일 약제만 사용해도 이중 약제 사용 시와 비슷한 치료 효과가 있었다.

연구팀은 2007~2018년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 중 진단 당시 림프절 전이가 있고 선행 화학 요법을 시행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546명을 대상으로 유방 내 원발암 치료 정도와 전이 림프절 치료 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항암 단독 치료군(44.9%)보다 단일 HER2 표적치료군(78.2%)과 허셉틴ㆍ퍼제타 두 가지 약제를 사용하는 이중 HER2 표적치료군(80.2%) 모두 전이 림프절 암세포의 관해율(증상이 없는 비율)이 크게 향상됐다.

HER2 표적 치료를 시행한 환자의 80%에게서 림프절 전이암이 사라졌다.

단일-이중 HER2 치료 사이에는 유의미한 통계적 차이가 없어 연구팀은 림프절 전이에는 단일 HER2 표적 치료만 시행해도 효과가 충분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팀은 유방 내 원발암 관해율이 높으면 림프절 관해율도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단일 HER2 표적 치료군의 림프절 관해율 음성 예측률은 95.8%로 이중 HER 표적 치료군(92.3%)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HER2 표적 치료를 실시해 유방의 암세포가 완전히 소실된다면 림프절의 암세포가 사라질 확률이 90% 이상 된다는 것을 뜻한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60~70%), HER2 양성 유방암(20%), 삼중 음성 유방암(에스트로겐 수용체ㆍ프로게스테론 수용체ㆍHER2 수용체 등 3가지 수용체 모두가 음성ㆍ15%)’ 등 3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HER2 양성 유방암 치료는 HER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라는 암 유전자 활성화를 막는 표적 치료가 대세다.

과거 HER2 양성 유방암이 림프절 전이를 동반하면 고위험 질환으로 분류했지만 현재 표적 치료제 발달과 ‘이중 HER2 표적 치료법’ 도입으로 유방암 완전 관해율이 60%에 이르는 등 치료 효과가 크게 향상됐다.

정준 교수는 “이번 연구로 단일 HER2 표적 치료만으로 전이 림프절 치료에 충분히 효과가 있음을 알아냈다”고 했다.

안성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방암 수술 시 광범위한 림프절 절제술 대신 제한된 범위의 림프절 절제술을 적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 암 저널(Internation Journal of Cancer)’ 최신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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